
김광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은 15일(한국시간) 밀워키 브루어스와 더블헤더 제1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을 3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올 시즌 메이저리그는 더블헤더 제1경기를 7회까지만 진행한다. 새 로컬 룰이다.
비록 팀이 연장 8회 1-2로 역전패해 시즌 3승은 무산됐지만, 김광현이 보여준 것은 많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KBO리그의 여러 감독들이 전한 피칭과 관련된 발언을 가장 제대로 보여준 투구였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마운드의 투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확신이 서지 않으면 주위에서 아무리 그 공이 좋다고 해도 던지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5일 김광현은 투수에게 확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 여전히 시원하게 던졌다. 오래 생각하지 않고,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의 사인이 나오면 즉시 실행에 옮겼다. 그 덕에 시속 90마일대 초반의 직구와 80마일대의 슬라이더로도 타자를 압도했다. 피칭에서 중요한 것은 내 공과 포수의 사인, 그리고 등 뒤에 버틴 야수들에 대한 믿음이다.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은 “처음 지도자가 된 뒤 투수들에게 당부한 것은 ‘3구 안에 타자와 대결해서 아웃시켜라’였다”고 밝혔다. 김광현은 이날 7이닝을 87개의 공으로 끝냈다. 첫 선발등판 때를 제외한 최근 4차례 선발등판에서 6이닝 83구~6이닝 80구~5이닝 85구~7이닝 87구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선발투수가 7회를 던져주면 감독은 편하다. 불펜을 아껴가면서 다음 경기까지 구상할 수 있다”고 했는데, 15일 김광현의 도망가지 않는 피칭은 경기시간을 길게 끌고 투구수도 많은 KBO리그의 몇몇 투수들에게는 큰 교훈이 됐다. “투수는 항상 스트라이크존 부근으로 공격적 피칭을 해야 한다”는 KIA 타이거즈 맷 윌리엄스 감독의 말처럼 김광현은 공격적 피칭으로 투구수를 잘 줄였다.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대행은 “외국인투수는 승패보다 로테이션을 지켜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파서 안 던지는 것이 가장 답답한 일”이라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김광현은 사실 정상의 몸이 아니다. 신장경색 이후 첫 등판이었다. 혈액희석제를 복용중이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등판을 자원했다. 경기 일정이 꼬여 시즌 끝까지 거의 매일 경기를 치러야 하는 세인트루이스다. 이런 상황에서 약을 먹어가면서까지 던져주겠다고 나선 투수라면 그 누구도 고마워하지 않을 수 없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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