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OK저축은행 석진욱 감독-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14일에는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전체 1순위인 KB손해보험 노우모리 케이타가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처음 선을 보여 관심이 컸다. 가장 먼저 국내에 입국했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바람에 팀 합류가 늦었던 케이타는 KOVO컵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베일에 가려진 선수였기에 V리그의 모든 이들이 궁금해 했다. 배구에 열정이 많은 KB손해보험 구단주도 그날 조용히 훈련장을 찾았다. 그는 혹시라도 선수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별도의 공간에서 케이타의 첫 실전을 지켜봤다. 여러 측면에서 케이타의 가능성을 확인한 KB손해보험 구성원 모두는 지금 희망에 부풀어있다.
한국전력은 경기도 의왕의 훈련장 대신 수원체육관에서 연습경기를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로 불발된 전지훈련 비용을 아껴 구단이 일찍 코트 적응훈련을 하도록 도운 것이다. KOVO컵에선 기대하지 않았던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명분 있는 현명한 투자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도 확인했다. 구단주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기대치 또한 높아졌다. 장병철 감독은 선수들이 KOVO컵의 성과에 너무 들뜰까봐 크게 걱정하고 있다.
초중고 동창생 3명(현대캐피탈 최태웅·OK저축은행 석진욱·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을 중심으로 V리그의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참신한 결정과 아이디어를 내놓는 젊은 감독들은 최근 약속을 하나 했다. 각 팀의 연습경기 영상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은 연습경기를 치르는 팀들끼리만 전력분석 영상을 찍어 다른 팀에는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 썼지만 이제는 아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접촉을 꺼리는 현실도 고려했고, 각자의 경기 영상을 공개해 정정당당하게 경쟁해보자는 취지로 그렇게 합의했다.
사실 알고도 속는 것이 배구다. 합리적 생각의 젊은 감독들은 의미 없는 보안에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공개와 공유를 통해 함께 발전하는 새로운 경쟁의 기본 틀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비 시즌 동안 몇몇 구단에서 결정한 과감한 트레이드 등 최근 V리그에선 과거라면 상상조차 못할 일들이 거듭 이어지고 있다. 서로 ‘윈-윈’을 꿈꾸는 긍정적 변화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