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현수. 스포츠동아DB
LG는 17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9-1로 승리했다. 선발투수 타일러 윌슨은 7이닝 동안 103구를 던지며 6안타 2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9승(7패)째를 챙겼다. 고비마다 위기를 지운 윌슨의 땅볼 유도 능력이 빛났지만, 타선의 넉넉한 지원 덕에 마음 편히 던질 수 있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만루포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1홈런 5타점으로 활약한 4번타자 김현수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LG는 2회말 1사 2·3루서 유강남의 땅볼로 선취점을 올렸다. 대량득점 실패의 아쉬움은 찰나였다. 3회말 2사 후 로베르토 라모스가 좌전안타로 살아나간 뒤 2루를 훔쳤다. 키 193㎝, 몸무게 115㎏의 육중한 외국인타자가 시즌 2호 도루를 성공시키니 4번타자가 화답할 차례였다. 김현수는 좌전안타로 라모스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스코어를 2-0으로 벌렸다. LG는 박용택의 중전안타와 이천웅의 2점포를 묶어 5-0까지 달아났다.
쐐기는 김현수가 박았다. 7회말 안타 없이 볼넷 3개로 만든 무사만루 찬스서 김현수의 배트가 시원하게 돌아갔다. 볼카운트 3B-1S서 롯데 진명호의 가운데 높게 제구된 속구(시속 142.8㎞)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김현수의 시즌 21호이자, 올해만 3번째 만루홈런이었다. 스코어 9-0.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김현수는 두산 베어스 시절이던 2009년 6월 21일 인천 SK 와이번스전 첫 그랜드슬램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5개의 손맛을 봤다. 그런데 올해만 벌써 3번째 만루포다. 한 번의 손맛만 더 본다면 1999년 박재홍(현대 유니콘스), 2009년 김상현(KIA 타이거즈), 2015년 강민호(롯데)가 보유한 단일시즌 최다 만루홈런(4개)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또 달성 시에는 좌타자 최초가 된다.
통산 만루홈런 순위표에서도 발자취를 남길 수 있다. 8개의 만루홈런을 때린 김현수는 황재균(KT 위즈), 박용택(LG) 등과 함께 현역 최다 4위다. 2개만 더 보태면 좌타자 역대 최다인 이승엽(은퇴·10개)과 타이를 이룬다.
이미 전설의 반열에 오르기에 충분한 김현수가 쌓아놓은, 또 쌓아갈 기록은 수두룩하다. 만루홈런 기록은 그 중 하나일 뿐이지만 지금의 페이스라면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