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철인! 데스파이네, KT 투수 최다승은 과정일 뿐이다

입력 2020-09-20 1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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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kt 선발투수 데스파이네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투수의 분업화가 체계적이지 않던 KBO리그 초창기만 해도 단일시즌 200이닝을 던지는 투수는 흔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선 달라졌다. 2000년대 이후 220이닝을 넘긴 투수는 7명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2007년 다니엘 리오스(두산 베어스·234.2이닝) 이후 명맥이 끊겼다.

5선발 체제가 확립되고 불펜이 세분화되면서 ‘이닝 이터’의 기준도 달라졌다. 올 시즌에는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3·KT 위즈)가 사라졌던 220이닝 투수의 명맥을 이을 태세다. 계획성 없는 혹사가 아닌, 현대야구의 기준을 철저히 따르면서도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21세기형 철인이다. KT 투수 최다승 기록을 거둔 것은 그 과정일 뿐이다.

KT는 20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10-2로 이겨 5연승을 질주했다. 타선이 1회초 무사 2·3루서 멜 로하스 주니어의 뜬공과 강백호의 땅볼을 묶어 2점을 먼저 달아났고, 7회초 조용호의 적시타와 8회초 문상철의 생애 첫 대타 홈런 등을 묶어 쐐기를 박았다.

마운드는 데스파이네가 지배했다. 6이닝 1안타 2볼넷 3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SK 타선을 꽁꽁 묶으며 시즌 14승(7패)째를 챙겼다. 지난해 윌리엄 쿠에바스가 세운 KT 투수 최다승(13승) 기록을 하나 더 늘렸다. KT 입단 첫해부터 팀의 역사를 갈아 치우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데스파이네는 20일까지 167이닝을 소화하며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라있다. 공동 2위 애런 브룩스(KIA 타이거즈),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이상 151.1이닝)와 15이닝 이상 차이난다. 경기당 5이닝으로 계산하면 3경기 넘게 더 던진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 리그에서 4일 휴식 후 등판이 가장 많은 투수다. 전체 27경기 중 19경기(70.3%)에 4일 휴식 후 나섰다. 월요일 휴식이 확실한 KBO리그에서 화요일 선발로 나서 일요일 경기에 등판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선발투수들 대부분은 5일 이상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데스파이네는 본인의 요청으로 4일 휴식의 루틴을 시즌 막바지까지 지켜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약 217이닝 페이스다. 시즌 막판 경기 일정이 띄엄띄엄 있을 때 집중적으로 등판한다면 220이닝은 가뿐히 넘길 전망이다.

과부하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데스파이네는 오히려 더 많은 휴식이 본인에게 독이 된다며 코칭스태프를 설득하고 나선다. 7이닝을 던지고 내려온 뒤 50구쯤 더 던질 수 있다며 벤치에서 너스레를 떤다. 21세기형 철인의 등장 덕에 KT의 가을야구 꿈도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인천|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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