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인연 없던 김태균 향한 용기+대선배의 밤샘 문자…KT 문상철, 껍질을 깨다

입력 2020-09-21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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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문상철은 인연이 없던 대선배 김태균에게 지난 7월 타격폼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 용기와 김태균의 진심이 유망주의 껍질을 깨고 있다. 사진제공 | KT 위즈

같은 KBO리그 선수라고 해도 소속팀이나 학교가 겹치지 않고 국가대항전에서 만난 적도 없다면 친분을 쌓기가 쉽지 않다. 하물며 연차가 많이 나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대한민국 최고의 교타자로 꼽히는 김태균(38·한화 이글스)과 아직 유망주 껍질을 깨지 못한 문상철(29·KT 위즈)의 관계도 그랬다.

하지만 문상철은 낯선 대선배에게 다가가는 용기를 냈다. 김태균도 이 용기에 화답하며 밤늦게까지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유망주의 용기와 대선배의 진심이 문상철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정교함의 아이콘’ 김태균은 자신만의 타격폼을 확고하게 구축한 타자다. 준비 동작에서부터 턱을 좌측 어깨에 고정시킨 채 우측 다리의 골반을 완전히 빼두고 스탠스는 최대한 넓게 취한다. 배트는 인 앤드 아웃 스윙의 교과서처럼 물결친다. 다른 선수들이 쉽게 따라하기 힘든 독특한 동작이다.

문상철은 최근 김태균의 타격폼을 완전히 복제했다. 처음에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했지만 타석에서 결과가 좋자 자신감까지 생겼다. 9월 9일 1군 콜업 이후 7경기에서 타율 0.412(17타수 7안타) 2홈런, 5타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삼진은 3개를 빼앗겼는데 볼넷 2개를 골라냈다.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받던 헛스윙률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게 변화의 요인이다.

인연이 없던 대선배에게 다가간 문상철의 용기가 만든 변화다. 김강 KT 타격코치는 문상철에게 왼발을 드는 대신 땅에 고정시킨 채 스윙하는 걸 제안했고 문상철도 필요성을 공감했다. 하지만 KT 선배 중엔 발을 찍고 치는 타자가 없었고, 문상철은 이 분야 KBO리그 장인으로 꼽히는 김태균에게 다가갔다. 김태균은 선뜻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KT 문상철. 스포츠동아DB


“아직 타격폼 리듬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여전히 나만의 리듬을 찾기 위해 연습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장타 등 좋은 결과들이 나오고 있어 더 집중하고 있다. 김태균 선배가 친분이 없는데도 늦은 밤까지 장문의 문자로 타격폼과 관련된 많은 부분들을 알려주셨다. 낯선 후배의 연락에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김태균 선배에게 이 기회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문상철은 올 시즌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막판 부상으로 재활에만 몰두했다. 개막을 앞두고 김병희, 송민섭, 안승한 등과 돈을 모아 익산에 방을 구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개막이 늦춰지고 자체 청백전이 계속되며 문상철을 제외한 룸메이트들이 콜업되며 혼자 남게 됐다. 그 외로움의 시간 동운 문상철은 자신의 야구인생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 야구인생 처음으로 원하는 폼으로 해보자는 결론에 도달했고 몇몇 시행착오 끝에 지금 김태균 폼 복제에 성공한 것이다.

KT 입단 직후부터 거포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페이스가 너무도 좋다.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스스로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 더 큰 변화다. 문상철의 야구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을 알렸다.

인천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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