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지독했던 아홉수 깬 이강철의 비책 “야구가 인생의 전부는 아냐”

입력 2020-09-24 17: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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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KT 이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9승과 10승은 하나 차이다. 하지만 무게감은 몇 배 이상이다. 대기록 목전에서 미끄러지는 경우가 잦아 생긴 말이 ‘아홉수’다. 현역시절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였던 이강철 KT 위즈 감독(54)은 ‘애제자’ 양현종(32·KIA 타이거즈)의 아홉수를 두고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했다.
양현종은 24일까지 24경기에 등판해 9승7패, 평균자책점(ERA) 4.64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어느새 7년 연속 10승에 1승만을 남겨뒀다. 아울러 개인통산 145승을 기록한 상황이니 1승만 더 추가하면 선동열 전 감독의 146승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양현종은 4경기째 승리를 더하지 못하고 있다. 9월 4경기서 22이닝을 책임지며 ERA 3.27로 호투했지만, 승리 없이 1패만 떠안았다.

이 감독은 현역시절 경험을 꺼내며 양현종을 격려했다. 이 감독은 해태 타이거즈(현 KIA)에 입단한 1989년부터 10년 연속 10승 고지를 넘어섰다. 대기록의 마지막해인 1998년에는 아홉수 없이 내달리며 15승을 챙겼지만 1993년, 1995~1996년에는 시즌 10승으로 막판에 기록을 이어갔다. 이 감독은 “나도 선수시절 아홉수가 많았다. 한 번은 10승을 앞둔 경기에서 2점차로 앞선 8회 2사 1루까지 잘 막고, 선동열 감독님에게 마운드를 넘긴 적이 있다. 선 감독님에 2점차니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엎어졌다. 안 풀리려면 참 안 풀린다”고 회상했다.

당시 이 감독은 야구장에서 최대한 멀어지는 방법을 택했다. 경기가 끝나면 영화관으로 직행했다. 집에서도 비디오를 빌려 영화를 감상하며 야구 생각을 줄였다. 문득 ‘야구가 인생에 전부가 아닌데 왜 이렇게 신경 쓸까’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아홉수가 깨졌다고.

양현종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때로는 내려놓을 때 채워지는 것도 있다. 이 감독의 조언은 애제자는 물론 모두에게 통용될 것 같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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