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양현종은 24일까지 24경기에 등판해 9승7패, 평균자책점(ERA) 4.64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어느새 7년 연속 10승에 1승만을 남겨뒀다. 아울러 개인통산 145승을 기록한 상황이니 1승만 더 추가하면 선동열 전 감독의 146승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양현종은 4경기째 승리를 더하지 못하고 있다. 9월 4경기서 22이닝을 책임지며 ERA 3.27로 호투했지만, 승리 없이 1패만 떠안았다.
이 감독은 현역시절 경험을 꺼내며 양현종을 격려했다. 이 감독은 해태 타이거즈(현 KIA)에 입단한 1989년부터 10년 연속 10승 고지를 넘어섰다. 대기록의 마지막해인 1998년에는 아홉수 없이 내달리며 15승을 챙겼지만 1993년, 1995~1996년에는 시즌 10승으로 막판에 기록을 이어갔다. 이 감독은 “나도 선수시절 아홉수가 많았다. 한 번은 10승을 앞둔 경기에서 2점차로 앞선 8회 2사 1루까지 잘 막고, 선동열 감독님에게 마운드를 넘긴 적이 있다. 선 감독님에 2점차니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엎어졌다. 안 풀리려면 참 안 풀린다”고 회상했다.
당시 이 감독은 야구장에서 최대한 멀어지는 방법을 택했다. 경기가 끝나면 영화관으로 직행했다. 집에서도 비디오를 빌려 영화를 감상하며 야구 생각을 줄였다. 문득 ‘야구가 인생에 전부가 아닌데 왜 이렇게 신경 쓸까’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아홉수가 깨졌다고.
양현종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때로는 내려놓을 때 채워지는 것도 있다. 이 감독의 조언은 애제자는 물론 모두에게 통용될 것 같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