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장도로에서 내딛은 첫걸음…KIA 최형우, 어느새 레전드 로드 위

입력 2020-09-24 22: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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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형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최형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시작은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였다. 한걸음씩 떼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발걸음을 내딛다보니 어느새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이제 최형우(37·KIA 타이거즈)의 길은 꽃길을 넘어 ‘전설의 길’이다.

KIA는 24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5-3으로 이겨 3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6위 KIA는 이날 승리한 5위 두산 베어스와 여전히 0.5게임차를 유지하며 포스트시즌(PS) 진출 희망을 이어갔다. 선발투수 드류 가뇽은 6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승리의 주춧돌을 놓았고, 3-3으로 맞선 채 불펜싸움이 펼쳐진 8회초 1사 1·2루서 김선빈이 적시타로 균형을 깼다.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최형우였다. 1회초 1사 1·3루 찬스서 KT 중견수 배정대 옆을 스치는 1타점 2루타로 선취점을 이끌었다. 이 적시타로 최형우는 개인통산 1300타점 고지에 올랐다. KBO리그 역대 4호 기록이다. 최형우에 앞서 1300타점을 넘어선 이는 이승엽(1498개), 양준혁(이상 은퇴·1389개), 김태균(한화 이글스·1358개)뿐이다. KBO리그 대표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한 번 달아오른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2-3으로 뒤진 5회초 2사 1루서 우중간 담장을 직접 때리는 2루타를 날렸지만 선행주자 프레스턴 터커가 홈에서 아웃돼 아쉽게 타점 추가 기회를 놓쳤다. 5-3으로 역전에 성공한 8회초에도 우전안타로 찬스를 이어갔지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했다. 올 시즌 14번째 3안타 경기.

늦게 폈지만 어느 꽃과 비교해도 충분히 아름답다. 전주고를 졸업한 최형우는 2002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하지만 4년간 6경기 출장에 그친 채 2005시즌 후 방출됐다. 경찰야구단에서 타격 7관왕에 오르는 등 퓨처스(2군)리그를 평정한 그는 2008년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삼성 2기’는 완전히 달랐다. 첫해부터 19홈런을 쏘아 올리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비포장도로에 비로소 아스팔트가 깔렸다.

2008년 4월 1일 잠실 LG 트윈스전. 최형우가 1군 무대 첫 타점을 올린 날이다. 이후 13년간 1299개의 타점을 묵묵히 더했다. 타율 3할, 20홈런, 100타점은 어느새 최형우의 ‘기본값’이 됐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능력이 떨어지며 성적이 감소한다는 ‘에이징 커브’ 이론도 무색한 활약이다. 이승엽의 역대 최다타점과 198개차. 최형우의 페이스를 고려하면 길어도 3년 안에 충분히 달성할 만한 수준이다. 흙길에서 시작된 최형우의 야구인생은 어느덧 KBO리그 최고의 전설 길이 됐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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