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우승에도 울컥했던 NC 스페셜리스트 “올해는 같은 결말, 다른 표정”

입력 2021-03-09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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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임정호. 스포츠동아DB

NC 임정호. 스포츠동아DB

지난해 상대한 타자 175명 중 126명(72.0%)이 좌타자. 팀 내 구원투수 중 가장 많은 왼손타자를 상대했으니 ‘스페셜리스트’라는 표현이 제격이다. 정규시즌 우승에 알토란같이 기여했으니 한국시리즈(KS)에서도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스스로의, 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실망감에 눈물 흘렸던 임정호(31·NC 다이노스)는 올해 같은 결말, 다른 표정을 꿈꾸고 있다.

임정호에게 2020년은 유독 ‘처음’이 많았다. 69경기에서 2승2패22홀드, 평균자책점(ERA) 4.61을 기록했는데 20홀드 등정은 2013년 입단 이래 최초였다. 여기에 정규시즌, KS 우승도 처음이었다. 시즌 후에는 연봉으로 보상받았다. 전년도 9200만 원에서 41.3% 인상된 1억3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역시 생애 첫 억대 연봉이다.

최근 창원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임정호는 “아마추어 때 우승이랑은 느낌이 정말 달랐다. 생애 첫 억대 연봉도 우승 앞에서는 큰 감흥이 아니었을 정도다. NC 역사상 가장 강했던 시즌의 일원이었다는 자체가 뿌듯하다”고 밝혔다.

KS에선 정규시즌과 딴판이었다. 5경기에 등판했으나 1패1홀드, ERA 16.20에 그쳤다. 9타자를 상대했는데 4사구 4개(볼넷 2·몸 맞는 공 2)에 1안타를 내줬다. 제구 자체가 크게 흔들렸다. 임정호는 “시즌 막판 체력이 떨어지고 밸런스가 흐트러졌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불안감을 느꼈다. 평소처럼 했으면 결과가 나쁘지 않았을 텐데,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많이 나빠졌다”며 “올해 이후 앞으로의 선수생활을 위해서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좌완 스페셜리스트의 특성상 많은 타자를 상대하진 않지만 연투가 잦다. 매일같이 대기하는 게 임정호의 루틴이다.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2015년부터 줄곧 그랬다. 그도 “등판 자체가 당연한 것 같다. 마운드에 오르는 게 일상생활처럼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체력이 떨어지기도 할 텐데, 감독님과 코치님이 잘 관리해주신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20홀드, 우승, 억대 연봉. 지난해 겪은 처음과 익숙해질 차례다. 이를 위해 KS 직후 2주 정도만 쉬고 다시 야구장으로 출근했다. 임정호는 “올해도 목표는 팀 우승”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표정만큼은 달라지고 싶은 바람이다.

“지난해 KS 우승 후 울었다. 감격의 눈물이기도 했지만 내 스스로에게 너무 실망하고 분해서 나오는 눈물이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승부욕이 많은 줄은 나조차 몰랐다. 팀 최고의 성적을 이어가는 데 보탬이 되는 게 목표다. 다만 올해는 마지막 순간에 누구보다 활짝 웃고 싶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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