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10개 구단 최고의 트레이닝 파트를 구축했다고 자부한다. 시스템의 힘이다. 김용일 수석 트레이닝코치(가운데)를 비롯한 1군 스태프 6명이 웨이트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 LG 트윈스
“나무도 뿌리부터 튼튼해야죠”
LG 류지현 감독의 하루 일과는 회의로 가득하다. 라인업을 짤 때부터 마운드 운용까지 결코 혼자 생각만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주제에 따라 배석하는 인원이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김용일 수석 트레이닝코치는 빠지지 않는다. 선수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김 수석은 1989년 MBC 청룡(LG의 전신) 트레이너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33년째 현장 일선에서 선수들의 몸을 돌보고 있다. KBO리그 커리어에 잠시 쉼표가 찍힌 것은 2019년 한 해뿐이다. 비시즌마다 자신의 몸을 맡겼던 류현진(당시 LA 다저스)이 김 수석에게 미국 동행을 부탁했기 때문이다. 김 수석은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환경을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 시장의 사이즈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원정에서도 경기에 전념할 최소한의 환경은 만들어줄 수 있다. 이처럼 선수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류현진과 1년 동행을 마무리한 김 수석은 지난해부터 다시 LG 1군 수석 트레이닝코치를 맡고 있다. 올해 LG는 1군에 6명, 2군에 3명, 재활군에 1명의 트레이너를 배치했다. 올 시즌에 앞서 스트렝스 전문가 스티브 홍까지 영입했다. 총 11명이 한 팀으로 움직인다. 김 수석은 “나무도 뿌리부터 튼튼해야 한다. 그래야 잎이 건강해진다. 2군 선수들이 루틴부터 확립해야 1, 2군 전체의 퍼포먼스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LG 김용일 수석 트레이닝코치. 스포츠동아DB
삼고초려 아닌 삼십고초려, 시스템 구축
김 수석의 막내 시절만 해도 트레이닝코치의 입지는 미미했다. 아이스박스나 물통을 나르는 등 전공과 무관한 일이 오히려 주된 업무였다. 김 수석은 “이광환 감독님이 부임하시고 나서 우리 파트 역량을 키워주셨다. 그 당시 LG 컨디셔닝 파트는 타 구단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최고였다”고 회상했다. 그렇기에 아쉬움이 더 짙다. 김 수석은 “LG가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감독님들이 오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감독에 의해 움직이던 시대다. 선수의 케어가 체계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시스템이 깨졌다”고 아쉬워했다.변화는 최근 시작됐다. 2019시즌을 앞두고 이규홍 대표이사와 차명석 단장이 취임한 것이다. 이 대표와 차 단장은 선수의 몸이 성적의 최우선 기틀임을 깨닫고 이 부문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차 단장은 2020시즌을 앞두고 다시 김 수석을 영입하며 “삼고초려가 아닌 삼십고초려를 해서 데려와야 할 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 수석은 “차 단장님께서 시스템 구축을 당부하셨다. 신인이 입단하면 몸을 만들 선수와 기술훈련을 해야 할 선수로 나눈다. 무조건 트레이닝이 아니라, 기술 파트 코치와 협업이 중요하다. 그 부분에서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고 자평했다.
명문구단 LG, 베테랑 코치의 확신
LG 1군 선수단은 지난 시즌 종료 후에도 매일같이 잠실구장에 출근했다. 고우석, 정우영, 이정용, 최동환, 김대유 등 투수들은 트레이닝 파트가 짜준 스케줄대로 철저히 몸을 만들었다. 경기 도중 투구에 맞아 다치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10개 구단 중 부상이 가장 적은 이유다. 김 수석은 “팀원들이 정말 고생이 많다.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면서도 지친 기색을 티내지 않고 팀 성적만 생각하는 점이 참으로 고맙다”고 밝혔다.LG 스포츠단 구성원 모두의 목표는 우승이다. 김 수석도 다르지 않다. 이를 말하는 김 수석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많은 이들이 ‘왜 LG는 우승을 못할까’라고 한다. 만일 최근 몇 년간 지금처럼 운영했다면 여러 차례 우승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시스템이 정착이 안 됐고 업그레이드에 실패했다. 이제는 다르다. LG는 계속 성적을 낼 것이다. 앞으로 꾸준히 명문 구단이 될 것으로 자신한다. 지금껏 보내주신 사랑으로 지켜봐주신다면, 최고의 팀이 된 LG를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