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타점·3득점 더하기, 숱한 실점 빼기…어려운 걸 당연하게 해내는 오지환

입력 2021-08-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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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단기전에 꼭 필요한 ‘미친 선수’가 한국에도 있다. 타율 자체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클러치 능력만큼은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이미 5타점, 3득점을 수확했는데 수비에서 막은 점수는 이보다 더 많다. 오지환(31·LG 트윈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김경문호 공수의 중심이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2일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스라엘과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 맞대결에서 11-1, 7회 콜드게임을 거뒀다. 4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지은 한국은 3일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뒤 일전을 펼친다.


7번타자 겸 유격수로 출장한 오지환은 3타수 1안타 1사구 2타점 2득점으로 하위타선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유일한 안타가 가장 필요할 때 나왔다. 1-0으로 근소하게 앞선 2회말, 오지환은 무사 1루에서 중월 투런포를 작렬했다. 초구 속구에 노림수를 제대로 갖고 있었고 그대로 받아쳤다. 콜드게임까지 가는 주춧돌이었다.

오지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오지환의 이번 대회 타율은 0.286(14타수 4안타)으로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2홈런 5타점 3득점으로 생산성이 빼어나다. 한국-이스라엘전 종료 시점 기준 오지환은 대니 발렌시아(이스라엘)와 더불어 홈런, 타점 공동 선두다.


주전 유격수에게 타격은 어디까지나 보너스다. 오지환의 진짜 가치는 수비에 있다. 주전 유격수로 4경기에서 34이닝 소화. 4개의 풋아웃과 9개의 보살을 기록했고 실책이나 아쉬운 플레이는 없었다.


이스라엘전도 마찬가지였다. 1회초 시작부터 이안 킨슬러~발렌시아의 타구가 연달아 유격수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오지환은 모두 깔끔히 처리했다. 백미는 3회초. 미치 글래서~잭 팬프레이스~스콧 버첨의 타구가 모두 유격수 쪽으로 향했다. 글래서의 타구는 힘이 덜 실린 직선타였지만, 다른 두 타구는 결코 쉽지 않았다. 특히 팬프레이스의 타구는 타석 근처에서 강하게 튄 뒤 유격수 쪽으로 향했다.

오지환은 타구를 확인하자마자 바르게 대시해 곧장 공을 꺼낸 뒤 강하게 1루로 뿌렸다. 판단, 대시, 포구, 송구 중 하나만 늦었어도 내야안타가 됐을 법한 타구. 하지만 이게 평범한 땅볼로 보였다는 자체가 오지환의 능력이다.

오지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경문 감독은 최종 엔트리 발표 당시 “오지환이 가장 수비를 잘하지 않나”라고 반문한 뒤 “투수들의 경험이 부족하다. 내야수비가 견실해야 한다. 우리 코칭스태프는 오지환이 수비를 제일 잘한다고 봤다”고 했다. 평가는 정확했다. 여기에 타격이라는 기대이상의 성과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공수에서 사령관 역할을 해내고 있다.


어려운 수비 뒤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 짓기. KBO리그 팬들에게 익숙한 오지환의 트레이드마크다. 화려함보다 더 어려운 당연함을 가볍게 해낸다. 커리어 초반 수비가 약했던 건 맞지만, 지금껏 그 시선이 남았다면 편견이다. 대표팀에서, 또 KBO리그에서 유격수 오지환의 존재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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