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프로야구 원년 제외 첫 대기록이 아른거렸던 만큼 지금의 슬럼프가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숫자 4’의 굴레를 벗어던지면 강백호(22·KT 위즈)는 여전히 리그 최고의 타자다.
강백호는 8일까지 97경기에서 타율 0.382, 13홈런, 8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56을 기록했다. 여전히 타율 1위, 타점 및 OPS 2위로 리그에서 가장 빼어난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4할 타율을 훌쩍 넘기던 전반기 한창 때의 퍼포먼스와 비교하면 조금은 페이스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껏 그 흐름을 유지해왔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강백호는 팀의 82번째 경기였던 8월 17일 수원 LG 트윈스전까지 4할 타율을 유지(0.400)했다. KBO리그의 유일무이한 4할타자인 1982년 MBC 청룡 백인천은 개인 71경기·팀의 최종전인 80경기까지 이 수치를 유지한 바 있다. 이후 팀의 80경기 이후 시점까지 4할 타율을 유지한 사례는 1994년 해태 타이거즈 이종범(104경기), 2012년 한화 이글스 김태균(89경기)뿐이다. 강백호는 만 22세의 나이에 역대 3번째로 긴 4할 타율 유지에 성공한 것이다.
한순간의 몰아치기로 만든 결과가 아니라 더욱 의미가 있다. 표본이 어느 정도 쌓인 6월 이후를 기준으로 잡아도 3할대 타율까지 떨어진 뒤 다시 4할 고지를 수복한 것만 5차례다. 앞서 4할 타율에 도전했던 이들 모두 숫자가 유지될 때는 괜찮았지만, 한 번 3할대로 떨어지는 순간 정신적으로 너무 쫓겼다고 입을 모은다. 강백호가 얼마나 꾸준했는지 알 수 있다.
전반기에 비해 떨어지는 것일 뿐, 후반기 강백호 역시 리그에서 손꼽히는 타자다. 전반기의 활약이 너무도 괴물 같았기에 상대적으로 ‘덜 잘해 보이는’ 일종의 착시효과다.
KBO리그 40년 역사에 이런 22세 타자는 없었다. 역대 만 22세 이하 최고 타율은 2008년 김현수(당시 두산 베어스)의 0.357이다. 그 아래로 2009년 김현수(0.357), 2018년 이정후(0.355·키움 히어로즈), 2015년 구자욱(0.349·삼성 라이온즈), 1999년 장성호(0.342·해태) 등 쟁쟁한 선배들이 있다.
프로 첫해인 2018년 고졸신인의 각종 홈런 기록을 다시 쓰며 모두를 놀라게 했던 당시, 강백호는 “안타 기록만은 못 넘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고졸신인 최다안타는 한 시즌 전인 2017년 이정후가 세운 179개였다. 강백호는 당시만 해도 콘택트보다는 파워가 주무기였다. 그러나 불과 3년 만에 자신의 색깔을 완벽히 바꿨다.
야구 외적인 이유로 구설에 올랐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선두 팀 중심을 잡고 있다. 타율 4할의 굴레에서 벗어나면 강백호의 진가가 더욱 선명히 드러난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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