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리포트] ‘207홈런’ 나성범도 여전히 배운다, 그걸 본 후배들은 더 배운다

입력 2021-09-16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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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범. 스포츠동아DB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외야수임에도 까마득한 후배들을 보며 배우고, 더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가득하다. 어쩌면 나성범(32·NC 다이노스)의 가장 큰 장점은 괴물 같은 하드웨어, 장타력이 아닌 이 욕심일지 모른다. 유망주들이 1군에서 잔뜩 기회를 얻고 있는 지금, 나성범의 존재 자체가 후배들이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나성범은 15일까지 통산 9시즌 동안 1041경기에서 타율 0.315, 207홈런, 81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4를 기록했다.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외야수 중 한 명이다. 입단 직후부터 NC의 간판스타였으니 책임감이라는 단어와 누구보다 익숙하다. 그런 나성범이지만 올 가을엔 어깨에 더 많은 짐이 얹어졌다. 박석민 박민우 권희동 이명기 4인방이 이탈하면서 타석, 수비는 물론 덕아웃과 라커룸에서 해내야 할 역할이 더 많다.

그런 나성범이지만 언제나 후배들의 기를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한다. 일종의 릴레이 후배 칭찬. 15일 창원 키움 히어로즈전 승리 후 인터뷰에서 지목된 대상은 테이블세터 김기환(26)과 최정원(21)이었다. 나성범은 “(최)정원이가 원래 좋은 선수인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박)민우가 있기 때문에 기회를 많이 못 받았다. 지금 민우 못지 않게 잘해주고 있다. 이 정도까지 잘해줄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기환이와 정원이가 미친 것처럼 뛰어주고 있다. 팀의 득점 확률이 높아지고, 나로서도 타점 기회가 많아진다. 주자 나가면 열심히 뛰어달라고 푸시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미친 듯한 질주는 비단 김기환, 최정원의 전유물이 아닌 올해 후반기 NC의 팀 컬러다.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입었던 나성범도 언제나 이를 악물고 전력으로 뛴다. 지금 NC는 주축들이 이탈하기 전인 전반기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활기차며 절실하다. 창단 초기 육상부 야구의 향수가 떠오르고 있다. 나성범도 “나도 이를 악물고 뛴다. 모든 선수들이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야 득점이 많이 나고 승리 확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경험 적은 후배들의 활약은 나성범에게도 큰 자극제다. 스스로 생각하는 약점은 선구안. 이 점에서 탁월한 후배들을 보며 지금보다 더 좋은 타자로 성장하고자 한다. 나성범은 “후배라고 해도 나보다 나은 점은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배우려고 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 년 전 박병호(키움 히어로즈)와 일화를 꺼냈다.

“삼진 먹는 걸 두려워한 적이 있었다. 2S만 되면 내 스윙을 못하고 한 손을 놓으며 배트에 공을 대려고만 했다. 오히려 더 삼진이 늘었다. 그때 (박)병호 형이 ‘두려워하지 말고 자기 스윙 하라’고 조언해줬다. 그 후로 자신 있게 돌리고 있다.” 이처럼 나성범은 자신보다 나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면,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조언을 구한다.

이런 나성범의 존재는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다. 최정원, 최보성, 김주원 등 젊은 선수들은 인터뷰 때마다 누가 묻지 않아도 “성범이 형”을 꼭 언급한다. 나성범은 “후배들에게 그런 선배가 되고 싶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다. 나 역시 후배들에게 배운다. 항상 그런 자세로 임한다면 더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고, NC가 더 강한 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수 한 명 이상의 존재감. 주축들이 떨어져나갔지만, 그래도 NC엔 아직 나성범이 있다.

창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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