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 원년부터 구단명이 바뀌지 않은 두 팀 중 한 팀. 2010년대 ‘왕조’를 구축한 팀이니 명문이라는 수식어가 결코 아깝지 않았다. 그런 명문팀의 40년 역사 중 세 번째 불명예가 올 가을 찾아왔다. 왕조 폐막의 문을 닫은 팀에게 복수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너무도 허무한 패배, 약이 될 경험도 많지 않다. 삼성 라이온즈의 쓸쓸한 가을이다.
삼성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PO·3전2승제) 2차전에서 3-11로 져 시리즈 2패로 탈락했다. 1회부터 선발 백정현이 2실점한 것을 시작으로 3회가 끝났을 때 스코어는 1-7. 사실상 초반부터 탈락의 흐름이 잠실구장을 뒤덮은 경기였다.
2015년 이후 6년만의 포스트시즌(PS)이자 2016년 개장한 라이온즈파크의 첫 가을. 삼성은 올 가을을 치열하게 준비했다. 하지만 결과는 빈손이었다. 불명예 기록도 따라왔다. 삼성의 마지막 PS 승리는 2015년 두산과 한국시리즈(KS) 1차전(9-8 승)이다. 이후 4경기를 내리 패하며 1승4패로 우승을 내준 바 있다. 그리고 올해 두산과 PO 2경기를 모두 졌다. 두산 상대 PS 6연패.
KBO 공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PS 특정팀 상대 6연패 이상은 역사상 이번이 9번째다. 8연패, 7연패가 각 2차례, 6연패가 이번까지 5차례 있었다. 삼성은 그 중 3번을 차지하고 있다. 해태 타이거즈에 1986년 KS 3차전부터 1987년 KS 4차전까지 내리 7연패한 것이 구단 최다. 태평양 돌핀스~현대 유니콘스에게 1989년 준PO 3차전부터 2004년 KS 1차전까지 6연패한 것이 그 다음이다. 두산에 6연패하며 역대 3호이자 17년만의 불명예를 썼다.
손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졌기 때문에 소득을 꼽기도 어렵다. 1차전은 선제 2득점에도 그 다음 이닝 곧장 3실점, 경기 내내 끌려다녔고 2차전은 시작부터 말렸다. 2차전에선 경기 중반부터 강민호를 시작으로 김지찬, 김헌곤, 오재일 등 주축 선수들을 빼며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이미 분위기가 넘어간 상황에서 그들이 맘껏 뛰어놀 환경은 아니었다.
경기 후 허삼영 감독은 “큰 경기의 부담감이 선수들에게 작용했다. 베테랑들이 자기 스윙을 못 가져갔다. 그만큼 책임감이 가중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경험 하나하나가 내년에 도약할 밑거름이 될 것이다. 팀을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알림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너무도 허무한 2경기만의 탈락. 삼성이 내놓을 해결책이 결코 가벼워서는 안 될 이유다.
잠실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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