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김재호.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김재호는 최근 들어 출전시간이 다소 줄긴 했지만, 리그 최정상급 수비력과 준수한 타격을 자랑하던 두산 내야의 핵이었다. 어떤 각도에서도 정확하게 1루에 송구하며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모습은 그의 전매특허였다. 최근에도 백핸드 캐치 이후 자연스럽게 송구동작을 이어가는 전성기의 모습을 이따금씩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야구인생 전체를 두산에 바친 터라 그만큼 팀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렇다 보니 후계자로 꼽히는 선수들이 확실히 치고 올라오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기도 하다. 김재호는 지난해에도 팀 내 유격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580이닝을 소화했다.
그는 “젊은 선수들에게는 본인들을 각인시킬 수 있는 자리가 하나 비어있는 상황”이라며 “선수들이 좀 못되게 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못되게 굴려면 일단 실력이 돼야 하는데, 그보다도 본인을 어필할 수 있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며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데, 선수들이 너무 착하다 보니 그런 모습들이 약하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두산 김재호.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약해지지 말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후배 유격수들을 향한 김재호의 진심이다. 건강한 경쟁을 통해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은 사령탑인 이승엽 두산 감독의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한다. 이 감독은 최근 젊은 유격수들을 향해 “그 자리를 욕심냈으면 좋겠다. 그 정도의 목표의식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호 역시 “후배들이 아직 착하다 보니 실패의 두려움을 많이 안고 있다. 그렇게 하다가 보여주지도 못하고 끝나서 아쉬워하는 모습들이 보이니 약해지지 않길 바란다. 속으로는 이를 갈고 야구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본인도 여전히 경쟁을 피할 생각은 없다. “경쟁이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야구선수로선 많은 나이니까”라면서도 “잘 못하더라도 버텨낼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베테랑 선배들이 끝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끝난 모습을 많이 봤기에 끝까지 1군에서, 그라운드에서 함께하다가 끝맺음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