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기 키움 감독. 스포츠동아 DB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51)은 26일 고척 NC 다이노스와 홈경기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10-0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이 9개의 4사구(8볼넷·1사구)로 7점을 헌납했기 때문이다. 10-7로 간신히 이겼지만,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27일 고척 NC전을 앞두고는 “30년 가까이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하며 어제와 같은 경험은 처음이라 굉장히 당황스러웠다”고 돌아봤다.
26일 8회까지 키움의 경기력은 완벽했다. 선발투수 아리엘 후라도가 7이닝 4안타 1볼넷 1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2번째 투수 주승우가 8회를 1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정리했다. 타선도 16안타 1홈런으로 폭발했다. 그러나 9회 마운드에 오른 박승주가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안타 없이 4사구 4개로 4실점했고, 이어 등판한 문성현도 1안타 3볼넷 3실점으로 무너졌다.
결국 마무리투수 조상우까지 내보내 급한 불을 꺼야 했다. 승리는 지켰지만, 조상우도 0.2이닝 동안 볼넷 2개를 내주며 흔들렸다.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홍 감독과 후라도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박승주와 문성현은 27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명종과 김연주가 이들의 자리를 채웠다. 홍 감독은 “현장의 선택 미스였다. 결과도 모두 현장의 책임”이라면서도 “프로야구 선수라면 일단 스트라이크를 정확히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상황에도 본인의 임무를 충실히 해야 하는데, 결과를 떠나 어제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면 분명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엔트리 변경의 배경을 설명했다.
홍 감독은 이어 강한 어조로 “9회 아웃카운트 3개를 잡기 전까진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한 번 더 얻었다”며 “야구가 참 어렵다는 격언이 다시 한번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더라. 선수들도 분명히 느낀 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척|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