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김주원. 스포츠동아 DB
NC 다이노스 김주원(22)이 프로 데뷔 후 가장 주목 받은 무대는 지난해 포스트시즌(PS)이다. 와일드카드(WC) 결정전(1경기)과 준플레이오프(준PO·3경기), PO(5경기) 등 PS 9경기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뽐냈다. 지난해 가을 2022항저우아시안게임과 2023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등 국제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는데, 압박의 강도가 상당한 첫 가을야구 무대에선 연일 눈부신 수비를 펼치며 평가를 확 바꿨다.
김주원의 포지션은 유격수다. 내야에서 가장 넓은 범위를 책임지는 만큼 수비 부담이 상당하다. 지난해 정규시즌에는 리그 최다 29개의 실책을 범한 탓에 수비가 약하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가을야구를 통해 이미지를 바꿨다. 특히 KT 위즈와 PO 2차전(3-2 승)에서 다이빙 캐치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장면이 압권이었다.
올 시즌에는 공격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수비에서만큼은 변함없는 안정감을 보여줬고, 실책은 1023.2이닝 동안 18개로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김주원은 “공격이 안 될 때는 수비로 힘을 보태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이 커졌다.
삼성 이재현. 스포츠동아 DB
올해는 삼성 라이온즈 유격수 이재현(21)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서울고 시절 고교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지녔다고 평가받은 그는 올해 처음 가을야구를 경험하고 있다. 정규시즌 107경기(99선발·863이닝)에 유격수로 나서 11개의 실책만 범한 안정감을 PS에서도 유지하고 있다. 첫 가을야구의 중압감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LG 트윈스와 PO에서 2차전까지 단 하나의 실책도 저지르지 않았다.
특히 13일 1차전에선 차원이 다른 안정감을 뽐냈다. 4회초 오스틴 딘의 빠른 땅볼 타구를 백핸드로 잡은 뒤 편안하게 1루로 송구한 장면은 베테랑 유격수를 떠올리게 했다. 15일 2차전에서도 7회초 이영빈의 직선 타구를 걷어내는 등 2개의 아웃카운트에 관여하며 팀 승리(10-5)를 도왔다.
아웃카운트 하나가 소중한 가을야구 무대에서 ‘첫 경험자’가 실수 없이 승리를 돕는 성공체험은 돈을 주고도 못 살 값진 자산이다. 지난해 김주원에 이어 올해는 이재현이 가을야구 무대를 통해 대형 유격수의 계보를 잇고 있다.
젊은 유격수들의 성장은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김주원과 이재현은 두 자릿수 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까지 갖췄다. 김주원은 지난해 가을야구의 성공을 계기로 올해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이재현도 올해 PS를 통해 스스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잠재력이 큰 이들에게 가을야구가 성장을 촉진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