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대표팀 이현중(1번)이 28일 베이징 우커송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전 도중 3점슛을 시도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한국 남자농구대표팀 이현중(1번)이 28일 베이징 우커송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전 도중 3점슛을 시도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은 2027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첫 경기서 승리했다. 대표팀은 28일 베이징 우커송스포츠센터서 열린 중국과 원정경기에서 3점슛 9개 포함 33점을 쏟아낸 이현중(25·나가사키 벨카) 등 선수들의 고른 활약을 앞세워 80-76으로 웃었다. 중국에 객관적 전력에서 뒤진다는 평가를 받은 대표팀은 적지서 이변을 연출했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임시 코칭태프의 전술적 대비와 선수들의 노력이 어울어진 결과다. 이현중은 중국전을 마친 뒤 공식 인터뷰에서 “동료들이 좋은 스크린과 패스를 해줘 많은 슛을 던질 수 있었다”면서 “짧은 시간 안에 전술을 잘 짜주신 감독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현중(왼쪽 끝) 등 한국 남자농구대표팀 선수들이 28일 베이징 우커송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전 도중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이현중(왼쪽 끝) 등 한국 남자농구대표팀 선수들이 28일 베이징 우커송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전 도중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대한농구협회 경기력강화위원회는 이번 중국과 2연전을 앞두고 코칭스태프 구성에 고민이 많았다. 외국인 사령탑을 선임할 계획을 세웠으나 시간이 더 필요했다. 후보군을 검증하고,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촉박했다. 강화위는 중국전을 임시 감독과 코치 체제로 치르기로 했다. 2024~2025시즌 챔피언결정전서 격돌한 서울 SK와 창원 LG의 사령탑인 전희철 감독(52)과 조상현 감독(49)에게 각각 대표팀 감독과 코치직을 제안했다. 이들은 대표팀과 협회가 처한 상황을 이해해 욕 먹을 각오로 임시직을 수락했다.
남자농구대표팀 연습경기 25일 안양 정관장과 연습경기. 전희철 대표팀 감독(오른쪽)과 조상현 코치.    사진제공|점프볼

남자농구대표팀 연습경기 25일 안양 정관장과 연습경기. 전희철 대표팀 감독(오른쪽)과 조상현 코치. 사진제공|점프볼


이 과정서 외부적으로는 다양한 잡음이 나왔다. 하지만 전 감독과 조 코치는 중국전 준비에만 집중했다. KBL 소속팀 일정을 소화하며 틈틈히 만나 중국전을 대비했다. 중국이 올해 8월 FIBA 아시아컵서 치른 전체 경기를 철저하게 분석했다. 또한 한국이 펼친 5경기도 모니터링했다. 중국전을 대비한 전술, 전력과 함께 그에 맞춘 선수 구성도 일찍 준비했다.

대표팀은 21일부터 소집돼 진천선수촌서 약 3일간 훈련했다. 이 과정을 통해 전 감독과 조 코치는 중국전에 활용한 전술과 전략을 가다듬었다. 조직력을 다질 시간이 충분히 않다고 판단해 선수들이 최대한 잘 적응할 수 있는 카드만 추려 중국으로 떠났다. 최준용(31), 송교창(29·이상 부산KCC), 유기상(24·LG) 등 부상으로 이탈한 자원들을 고려해 전술 일부는 수정했다.
한국 남자농구대표팀 선수들이 28일 베이징 우커송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전에서 승리한 뒤 코트로 쏟아져 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한국 남자농구대표팀 선수들이 28일 베이징 우커송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전에서 승리한 뒤 코트로 쏟아져 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결과적으로 이러한 철저한 준비가 중국 원정서 승리를 챙기는 원동력이 됐다. 선수들은 코칭스태프가 준비한 전술과 전략을 잘 이행했다. 4쿼터 중반 이후 중국의 반격에 다소 고전했지만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 동안 협회는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임명하며 전임제를 실시했다. 하지만 전임제의 효과는 크지 않았다. 지도자의 능력보다 자리가 없는 코치,. 감독에게 직업을 마련해 주는 꼴이었다. 국제대회 성적도 좋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프로팀에 소속된 좋은 지도자들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수 없는 걸림돌로도 작용했다.

전임제가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임제를 하지 않아도 준비된 지도자들이 대표팀을 맡았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지를 이번 중국전에서 임시 코칭스태프를 맡은 전 감독과 조 코치가 보여줬다. 농구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