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만 타이중의 한 음식점. 밤색 모자에 간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건장한 남자가 들어섰다. 한국야구대표팀의 간판타자 이승엽(32·요미우리·사진). 그는 20여 일간의 합숙훈련에 이어 베이징 올림픽 야구 2차 예선 대륙별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는 탓에 약간 피곤해 보였다. “우리는 7전 전승으로 1등 하러 왔습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올림픽 본선 무대에 꼭 서겠습니다.” 자신감에 넘치는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7전 전승 목표”자신감 넘치는 국민타자 이승엽[사진제공=동아일보] ○ 대표팀의 활력소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새로운 분위기는 내게 활력소가 된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최고 선수들로 4강을 이끌어냈다면 베이징 올림픽은 최고가 돼가는 선수들이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을 거다. ○ 후배와의 나눔 선후배와 함께 뛰며 한국 야구의 미래가 밝다고 느꼈다. 이대호(롯데)와 이종욱(두산), 이용규(KIA)를 처음 만났는데 정말 열심히 하더라. 14년 프로생활의 경험을 후배에게 가르쳐 주고 싶다. 후배들에게 바라는 건 몸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라는 것이다. ○ 올림픽과 WBC 시드니 올림픽은 내 일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대회다. 왼쪽 무릎이 아파서 스윙을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 다행히 일본과의 3, 4위전에서 3-1로 이겼을 때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를 상대로 결승 2루타를 쳐서 체면치레는 했지만 어떻게 쳤는지조차 몰랐다. WBC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WBC에서 좋은 성적(5홈런 10타점)을 낸 뒤 그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타율 0.323에 41홈런 108타점으로 최고 성적을 냈다. 올해 올림픽 2차 예선에서 잘하면 올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 ○ 4번 타자 솔직히 요미우리 4번 타자는 부담스럽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결정을 따르겠지만 마음대로 타순을 고르라면 3번이나 5번을 하고 싶다.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알렉스 라미레스-이승엽’으로 중심 타선이 정해지면 ‘좌타-우타-좌타’로 균형도 맞을 것 같다. ○ 종착역은 메이저리그 아직 미국 프로야구에서 연락이 없다(웃음). 메이저리그는 나의 꿈이다. 언젠가는 마이너리그라도 꼭 갈 것이다. 이승엽의 휴대전화 모니터 액정화면에는 아들 은혁(4)의 사진에 ‘가족이 최고’라고 적혀 있다.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승엽은 “은혁이와 일주일만 실컷 놀고 싶다”고 말했다. 타이중=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호주전 화보]류현진 “쳐볼테면 쳐봐”…이승엽, 대표팀 첫 홈런 [남아공전 화보]손민환-김선우-우규민 완벽투, 남아공에 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