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가‘우리’응석받이인가

입력 2008-04-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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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25일 우리 히어로즈의 홈경기 장소 변경을 두고 말들이 많다. 당초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 기간에 히어로즈가 홈인 목동구장에서 SK와 두산을 차례로 만나는 6연전 일정을 짜놓았다. 그러나 청룡기 고교야구의 일정과 겹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서울시가 동대문야구장을 철거하면서 올해부터 목동구장에서 아마추어대회를 소화할 수밖에 없는데, 제8구단인 히어로즈가 목동구장을 함께 사용하기로 하면서 일정의 중복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히어로즈는 결국 장소를 제주 오라구장으로 옮겨 치르는 방안을 추진했고, KBO도 팔을 걷어붙이고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심지어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SK와 두산 관계자를 직접 만나 설득작업을 벌였다. 처음에 양 구단은 거부의사를 나타냈다. 인조잔디가 깔려 있다고는 하지만 오라구장의 그라운드 상태가 콘크리트 바닥과 흡사해 선수들의 부상이 우려되기 때문이었다. 또 원정경기 후 곧바로 구단버스를 이용해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스케줄에 익숙한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SK는 결국 하 총장의 설득에 따라 최근 대승적인 차원에서 승낙을 한 상태지만 두산은 “검토를 해보겠다”고 답했지만 아직 결정을 못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장소를 변경하는 과정과 절차에 대해 타구단에서는 불만이 많다. SK, 두산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의 책임 있는 인사들도 “이해를 못하겠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제2의 홈구장에서 경기를 할 때 통상 홈팀이 원정팀에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런 다음에 KBO에 장소 변경을 통보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히어로즈에서는 SK와 두산측에 일언반구도 없었다. 문서는 커녕 전화 한통 없었다. 그동안의 관례를 무시하는 것인지, 예의를 모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주위에서는 “아무리 어렵게 끌어들인 신생팀이지만 KBO가 홍보와 마케팅에 이어 행정까지 돌봐줘야 하느냐. 하일성 사무총장이 히어로즈 단장이냐”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이에 대해 KBO의 한 관계자는 “원래는 홈구단이 원정구단에 양해를 구하고 장소를 변경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올해는 특수상황이 아니냐. 창단 과정에서 서울 입성과 목동구장을 쓰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부분을 우리(KBO)가 나서서 책임지고 이행하는 것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다른 구단이 이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국 다른 구단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구단에 이런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 이해를 구하지 못한 KBO의 잘못 아니냐. 단장회의나 이사회 등 기회는 얼마든지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왜 그걸 못이해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히어로즈의 연착륙을 위해 KBO가 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수를 칠 일이다. 그러나 프로야구는 8개 구단이 공존하면서 함께 움직여야 한다. KBO는 특정팀의 눈치를 보는 곳이 아니다. 예의 없는 어린아이의 투정과 응석을 받아주는 곳은 더더욱 아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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