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의야구속야구]구단버스는성적을싣고

입력 2008-05-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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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이라면 프로야구 선수들의 이동 수단인 구단버스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호기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 버스를 타 보고 싶은 생각도 들 것이다. 구단에서 비싼 돈을 들여 제작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가 휴식을 취하고 잠도 자고 하는 자리에 대해 궁금하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시즌이 시작되면서 선수나 코칭스태프는 개인 승용차보다 구단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선수들은 이동할 때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자기 좌석을 가꾸기도 하고 팬들이 선물해준 인형이나 다양한 것들로 꾸미곤 한다. 하지만 버스 안에서 편안히 쉴 수 있다는 것은 그 날 성적과도 관계가 깊다. 그래도 게임 없는 월요일에 이동할 때는 버스 안이 시끄럽다. TV를 보는 사람, 통화하는 사람, 음악을 듣는 사람, 자는 사람…. 난리 법석이다. 게임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 선수들이 활기차다. 버스 안은 쉬는 공간도 될 수 있지만 상대를 분석하는 정보 분석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선수들은 게임을 하러 이동하는 순간부터 많은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이런 순간에 코치와 선수간의 대화 내용을 조금만 소개한다. 선수: (지겹다는 듯이 눈을 감는다) 코치: 야! 자지말고 정신차려. 선수: 눈 감고 생각중 입니다. 코치: 눈뜨고 확인해보란 말이야. 게임을 시작하기 전부터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신경이 날카로워 진다. 경기에서 이긴 날이면 버스 안은 또 한 바탕 시끄러워 진다. 운전기사도 미리 선수들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을 틀어 놓는다. 선수들은 코치에게 채널 몇 번을 틀어달라, 운전기사에게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어달라, 크게 웃고 떠드는 전화 통화소리…. 마냥 즐거운 이동시간이다. 반대로 패한 날은 꺼진 TV에 진동모드인 전화기, 숨소리조차도 다른 사람한테 방해될까 조용하다. 숙소까지 들어오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버스 기사는 선수 안전을 생각해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안전 속도가 필수 조건이다. 선수들은 빨리 도착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운전기사는 몰라주니 그 불만은 모두 운전기사한테 옮겨가게 된다. 선수 안전과 선수 기분까지 맞춰야 하는 프로 야구단 운전기사도 죽을 맛이다. 날씨가 더워지면 에어컨과도 전쟁을 치른다. 5분이 멀다하고 “켜주세요”, “꺼주세요”를 반복한다. 뒤에 앉은 사람은 엔진 가열로 덥고, 앞에 있는 사람은 에어컨 바람으로 춥기 때문에 “켜라”, “꺼라”를 수 없이 반복한다. 앞좌석엔 항상 두꺼운 점퍼가 비치돼 있다. 게임을 하고 밤늦게 이동해야 하는 선수들과 운전기사를 생각하면 쉬운 직업은 아닌 것 같다. 여름에 연장전이라도 하고 이동하면 새벽에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집에 들어갈 때가 종종 있다. 외부에서는 화려하게 보일지 몰라도, 잠을 설치면서까지 피곤에 맞서야하는 선수와 운전기사는 팬들에 대한 사명감, 선수들 안전에 대한 사명감으로 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김시진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감독 첫해 외풍 때문에 키를 놓았지만 뚝심과 저력은 그대로다. 외풍을 겪어봤기에 할 말도 있다. 언젠가 다시 키를 잡겠지만 맞바람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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