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박찬호“亞기록5승남았는데…”

입력 2009-05-21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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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스포츠동아 DB

7경기만에결국불펜강등…예상대로좌완JA햅로테이션합류
필라델피아 필리스 제5선발 박찬호(36·사진)가 결국 불펜으로 강등됐다. 필리스 찰리 매뉴얼 감독은 20일(한국시간)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박찬호를 불펜으로 내려보내고 불펜의 좌완 JA 햅(27)을 24일 인터리그 뉴욕 양키스전 선발로 내정했다.

5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박찬호는 7경기 만에 불펜으로 추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사실 필리스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박찬호에게 기회를 줄 만큼 준 셈이다. 47세의 베테랑 제이미 모이어(3승3패·방어율 8.15)가 박찬호보다 더 부진하지만 그가 희생양이 될 수는 없다. 현재 박찬호가 쥐어든 성적표는 1승1패, 방어율 7.03이다.

박찬호는 애당초 오프시즌에 불펜투수로 계약했던 것이고, 시범경기에서 경쟁을 통해 젊은 선수들을 제치면서 선발을 꿰찼다. 모이어는 2년 계약을 맺었고, 지난 시즌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박찬호는 필리스에 공을 세운 게 없다.

팀내 입지상 5선발인 박찬호가 선발 가운데 가장 먼저 불펜으로 강등되는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필리스는 19일까지 선발진 방어율이 6.35로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나쁘다. 막강한 공격력과 불펜으로 그나마 승률 5할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박찬호는 이날 필리스 구단 홈페이지를 담당하는 토드 졸레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원하던 선발 자리를 잃어 실망스럽다”면서도 “지난해 (다저스에서) 불펜투수로 좋은 기억을 지니고 있다.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팀은 내게 불펜투수로서 기대하는 게 더 많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찬호의 역할은 지난해 다저스에서 해온 것처럼 롱릴리프다. 선발이 일찍 무너졌을 때 긴 이닝을 처리해주는 역할이다. 셋업맨이나 마무리 투수가 아닌 터라 승패 기록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통산 118승을 거두고 있는 박찬호로선 올 시즌내 노모 히데오의 메이저리그 아시아 투수 최다승(123승) 경신이 사실상 힘들어졌다. 250만달러 외의 인센티브 계약도 건지기 어렵다.

박찬호는 36세로 젊은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불펜에서 방어율을 0점대로 유지하지 못할 경우 선발 복귀는 사실상 어렵다. 젊은 투수와 나이 든 투수는 이럴 때 큰 차이를 보인다. 2번째 기회를 좀처럼 얻기 힘들다. 지난해 다저스 때도 호투를 이어갔지만 후반기에는 선발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박찬호에게는 불펜에서도 호투가 필수다. 필리스처럼 월드시리즈 디펜딩 챔피언이고, 플레이오프 경쟁을 벌이는 팀은 연봉 250만달러 정도를 포기하는 일은 간단하다. 부진이 이어질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도 있다.

선발 복귀를 꿈꾸며 필리스로 이적한 박찬호의 드림은 1개월 반 만에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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