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주차장에서 남몰래 스윙하던 장승현의 성장, ‘강한 두산’의 증거

입력 2021-05-10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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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포수 장승현(27)이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때는 2018년이다. 제물포고를 졸업하고 2013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전체 36순위)에 두산의 지명을 받은 지 5년만이었다. 이 기간 퓨처스(2군)리그에서 기량을 갈고 닦아 경찰야구단에서 군 생활을 했고, 이후에는 꾸준히 1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올해처럼 주목 받진 못했다. 2018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양의지가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뒤 박세혁의 뒤를 받칠 제1의 백업으로 승격하는가 싶었지만, 이흥련(현 SSG 랜더스)를 넘어서야 했기에 출전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빠른 팝타임(송구 시 공을 빼는 동작)과 안정된 리드 등 수비에선 인정을 받았지만, 타격이 약하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주전포수가 워낙 확고한 두산의 특성상, 계속된 백업 생활에 염증을 느낄 만도 했다. 그러나 장승현은 언제 찾아올지 모를 기회를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2020년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때는 휴식시간에 숙소인 라그제히토쓰바호텔 실내 주차장에서, 그것도 주차된 차량 사이에서 남몰래 스윙을 했다. 쉽게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진지했다. 구단 내부에서도 장승현의 성실함을 모르는 이는 없다.

현대 유니콘스(태평양 돌핀스 시절 포함)와 SK 와이번스(현 SSG)에서 10년간 포수로 뛰었던 아버지 장광호 전 코치도 긴 백업 생활을 했기에 장승현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장승현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올해도 출발은 백업이었다. 그러나 이전과 달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일찌감치 장승현을 제1의 백업포수로 낙점했다. 박세혁이 LG 트윈스 김대유의 투구에 맞는 불의의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도 대체자로 선택받았고, 올해 23경기에선 타율 0.308(65타수 20안타)에 1홈런 13타점으로 진일보한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62.5%의 도루저지율(8시도 5저지)을 기록하는 등 수비에서 안정감은 애초 평가대로인데, 공격에서 몰라보게 발전한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본인의 노력으로 일군 결과이기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김 감독도 “(장승현이) 많은 경기에 나가면서 공이 눈에 익다 보니 잘 대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를 통해 다시금 주목받는 부분은 두산의 시스템이다. 주축선수의 공백이 크게 티가 나지 않는 부분은 이미 익숙하다. 장래가 촉망되는 백업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일찍부터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장승현도 전역 직후인 2017년 1군 기록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PS) 엔트리에 전격 합류했다. 이 때 장승현은 “배움에는 끝이 없다”며 “최고의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요즘은 하루하루가 최고의 순간이다.

김 감독은 “(장)승현이가 많이 나가면서 어느 정도 경험을 쌓다 보면 눈높이와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솔직히 아주 잘해주고 있다”며 기를 살려줬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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