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래?”룰도실력이다…적용여부따라‘지옥과천당’

입력 2008-04-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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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몰라기권재티샷행운도
골프는 매너와 에티켓의 게임이다. ‘신사의 스포츠’라고도 불리는데 게임 중 벌어지는 일에 대해 골퍼 스스로가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PGA 톰슨 벌타 양심고백 컷오프 탈락 12일(한국시간) 벌어진 PGA투어 마스터스에서는 한 아마추어의 양심고백이 화제가 됐다. 2라운드에서 마이클 톰슨은 어드레스를 취한 뒤 볼이 움직였다고 자진 신고해 1벌타를 받았다. 당시 톰슨은 15번홀(파5) 그린에서 4.5m짜리 버디 퍼트를 남겨 놓고 어드레스를 취했다. 이때 아무도 보지 못한 가운데 혼자만 그 볼이 1∼2mm 움직였다고 판단한 톰슨은 벌타를 자진 신고했고 보기로 홀아웃했다. 14번홀까지 3오버파를 치고 있던 톰슨은 이후 흔들리면서 2타를 더 잃었고 결국 중간합계 7오버파 151타로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컷오프 기준이 3오버파였기에 만약 톰슨이 15번홀에서 벌타를 받지 않고 넘어갔다면 컷을 통과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톰슨은 “규정은 지켜야 한다. 내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골프에서 룰은 어떻게 적용하는가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있고 실이 될 수도 있다. 마스터스에서 톰슨은 사소한 룰 때문에 컷오프됐지만, 대신 더 소중한 양심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송보배 규칙 이해못해 승강이 끝 경기포기 반면, 국내에서는 룰 때문에 대회를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12일 제주도의 제피로스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스포츠서울-김영주골프오픈 2라운에서 우승후보 송보배(22·슈페리어)는 룰 때문에 기권하는 모양새 나쁜 결과를 냈다. 9번 홀에서 송보배가 두 번째 샷을 한 볼이 그린을 넘어가 비탈길에 멈춰 섰다. 볼의 위치가 나빠 세 번째 샷을 헛스윙한 송보배는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했다. 드라이버를 꺼내 홀로부터 가깝지 않은 2클럽 이내의 장소에 드롭존을 설정한 뒤 볼을 드롭했다. 처음 드롭한 볼은 드롭존 바깥으로 굴러갔고 송보배는 다시 드롭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볼이 다소 멀리 굴러가자 송보배의 캐디가 볼을 집으려 했다. 문제는 이 때 발생했다. 김송율 KLPGA 경기위원장은 송보배가 다시 드롭한 볼이 2클럽 이내에 정지했기 때문에 그 곳에서 경기를 재개해야 하며 만약 볼을 집어 들면 1벌타를 받고 리플레이스한 뒤 쳐야 한다고 알렸다. 하지만 송보배는 이 규칙을 이해하지 못했다. 첫 번째 드롭한 볼에 대한 벌타를 주는 것으로 오해, 억울하다며 항의했다. 한동안 승강이를 하다 9번 홀을 끝내고 결국 경기를 포기했다. ○조영란 전깃줄에 볼 맞아 재티샷 조영란(21·하이마트)은 로컬룰에 의해 컷오프를 모면했다. 15번 홀 티잉 그라운드와 페어웨이 사이로 가로 지른 송전탑 때문에 OB를 면했다. 로컬룰에서 티샷한 볼이 전깃줄에 맞으면 첫 번째 샷을 무시하고 다시 티샷할 수 있도록 했다. 조영란의 첫 번째 티샷은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OB구역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운 좋게도 전깃줄에 맞아 다시 티샷을 했다. 행운이었다. 2타차로 컷을 통과한 조영란은 로컬룰의 덕을 본 셈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룰에 대해 나쁜 인식을 갖고 있다. OB나 워터해저드를 먼저 떠올리며 벌타를 주기 위한 규제라고 생각하지만, 골프에서 룰은 잘만 활용하면 스코어를 줄일 수 있는 구제책이다. 올해 새롭게 바뀐 룰 규정에서는 거리 측정을 위해 장비를 사용하거나 동반자끼리 거리정보를 교환하도록 허용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해저드에 빠진 볼을 드롭할 때도 드롭한 볼이 벙커 등에 빠지면 벌타를 받지 않고 다시 드롭할 수 있게 했다. 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적용은 스코어를 줄이는 실력의 일부분이다. 제주= 주영로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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