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유행이다. 1998년 박세리(32)가 미국 LPGA투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골프는 가장 촉망받는 주니어 스포츠로 급부상했다. 이때 골프에 입문한 주니어들을 일컬어 ‘박세리 키즈’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엄청난 붐을 이뤘다. 그 효과로 지금의 신지애, 유소연 같은 스타들이 탄생했다.
○ “혹시 우리 아기가 박세리?”
TV에 나온 ‘골프신동’을 보고 ‘우리아이도 골프를 시켜볼까’하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동네 골프연습장에 가보면 고사리 손으로 클럽을 들고 스윙하는 어린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어렵지 않다. 대부분은 부모를 따라 연습장에 왔다가 호기심에 시작하는 어린이들이다.
하지만 아이에게 조금의 자질만 엿보이면 부모들은 금세 속내를 드러낸다. ‘혹시 우리아이가 박세리 같은 선수’가 되는 게 아닌가 하고 은근히 기대한다.
골프를 시작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취미와 선수다.
성인이 돼서 배우는 것보다 좀더 일찍 배우면 스윙도 자연스럽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많아져 교육적으로도 나쁘지 않다. 취미를 위한 골프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축구, 농구, 수영 등과 함께 배우는‘학원식’프로그램부터 일반 골프연습장에서 가족과 함께 배우기도 하고, 방학 기간을 이용해 영어 연수와 골프를 함께 배울 수 있는 ‘캠프형’ 골프 프로그램도 인기다. 비용은 프로그램에 따라 차이가 난다. 적게는 월 15만 원부터 캠프형 골프프로그램은 월 200만 원 이상 든다. 취미가 아닌 선수를 목적으로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 골프 입문 나이 낮아지는 추세
요즘 골프에 입문하는 나이가 점점 낮아져 빠르면 초등학교 1∼2학년, 보통은 초등학교 5학년 전에 시작한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시작하면 늦었다고 생각한다. 선수의 길로 접어들면 학교 수업은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된다.
대부분 오전 수업만 받고 나머지 시간은 골프에 투자한다. 중학교 이상이 되면 선수 육성을 위한 전문 골프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룹별로 생활하기 때문에 학교 대신 연습장에서 생활한다.
○ 외국계 골프아카데미가 더 비싸
비용은 서울 근교에 있는 K골프아카데미가 레슨비만 월 120만 원, 라운드와 식사 등의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면 월 280만 원을 받는다. 외국계 골프아카데미인 D사는 조금 더 비싸다.
레슨비와 라운드 등을 포함해 500만 원 정도 받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생 주니어 골퍼를 두고 있는 김선의 씨는 “레슨비에 대회 참가비, 라운드 비용, 장비 구입 및 기타 비용 등을 합하면 월 300∼400만 원 이상 들어간다”고 말했다. 여기에 동계훈련비와 장비 구입비 등을 포함하면 연간 6000만원∼1억 원 이상으로 비용이 껑충 뛴다.
이렇게 시작한 주니어 골프선수들의 최종목표는 프로골퍼다. 남여 프로골프협회에서 정한 만 17세 때 프로에 입문할 경우 최소 8년에서 10년 정도 주니어 선수생활을 해야 한다.
초등학교 3학년 기준으로 고등학교 2학년 때 프로에 입문한다고 가정하면 적게는 5억 원, 많게는 8억 원 정도의 엄청난 비용이 든다.
주니어 골프선수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하는 “10년에 8억 원 쓰고 프로가 되면 본전”이라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주니어 골퍼를 둔 부모들은 모두 같은 마음이다.
우리아이가 최경주와 박세리 같은 톱스타가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더 많은 경쟁을 이겨내야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아이에게 “골프를 가르쳐야 할까, 말아야 할까”라고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 계산기부터 두르려보자. 그럼 해답이 나올 것이다. 8억 원을 투자해서 프로골퍼로 만드는 것이 아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일까?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