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간밤의악몽,데뷔골약됐네”

입력 2008-04-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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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슬기4경기만에골맛…광주,전남에3-1역전승
‘일병 고슬기, K리그 데뷔골 신고합니다.’ 고슬기(22·광주 상무)는 27일 전남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전날 밤 팀의 이수철(42) 코치에게 신나게 두들겨맞는 꿈을 꿨다. 아침에 일어나 ‘꿈은 반대일 거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한 편으로 계속 뒤숭숭했던 게 사실. 고슬기는 경기 직전이면 늘 빼먹지 않는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역시나 꿈은 반대였다. 이날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고슬기는 K리그 데뷔 4경기 만에 데뷔골을 터뜨리는 대형사고를 쳤다. 고슬기는 후반 24분, 최재수가 왼쪽에서 길게 올려준 크로스를 받아 가슴으로 침착하게 트래핑한 뒤 오른발 슛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그 전까지 수 차례 선방으로 광주의 기회를 무산시킨 전남 골키퍼 염동균이 이번에도 몸을 날려봤지만 볼은 이미 그물을 흔든 뒤였다. 고슬기의 한방은 경기 흐름을 단번에 바꿔놓았다. 전남에 0-1로 끌려가던 광주는 고슬기의 동점골에 이어 김승용, 한태유의 연속골로 3-1 역전승을 거뒀다. 광주는 이전 14경기에서 단 한 번도 전남을 이기지 못했지만, 이날 역전승으로 징크스를 말끔히 털어버렸다. 고슬기는 소속 팀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다가 광주에 와서 빛을 낸 대표적인 케이스다. 2007년 포항에 입단했지만 단 한 경기도 뛰지못하고, 2군 무대를 전전했다. 골 감각과 제공권은 좋지만 스피드가 달리는 것이 약점이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입대를 결심한 고슬기는 ‘군인정신’으로 무장, 올 시즌 만개한 기량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 3월 9일 성남과의 개막전에서 교체로 들어가서 K리그 데뷔전을 치른 후 리그 3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며 이강조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고슬기는 “우선 출전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한다. 아무래도 군인팀에 있으니 전보다 정신적으로 훨씬 강해진 것 같다. 또 소속 팀에 있을 때보다 출전 기회가 많아 경기 감각이꾸준히 유지된다”며 “앞으로도 열심히 운동해 소속 팀으로 돌아가서도 좋은 활약을 보이고 또한 국가대표에도 한 번 도전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광주=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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