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의사커에세이]리틀태극전사‘8강프리미엄’

입력 2009-10-0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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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청소년대표팀(U-20)이 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에서 예상외의 선전을 거듭하면서 세계축구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청소년월드컵은 세계적인 스타들이 대부분 거쳐 갔을 만큼 축구에 관한 한 명실상부한 ‘스타등용문’이다. 따라서 8강에 오른 한국 선수들을 바라보는 해외 스카우트들의 눈빛이 예리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아무리 톡톡 튀는 선수라고 하더라도 사실 예선리그에선 시선을 끌기 어렵다. 16강에 오르지 못하면 팀 성적에 묻혀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16강을 넘어 8강에 이르면 사정이 달라진다.

우리처럼 개인기량이 출중한 선수들이 적더라도 ‘성적 프리미엄’이 붙어 선수들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2002년 월드컵 이후 박지성 이영표 등이 유럽진출을 이뤄낸 것도 이러한 ‘프리미엄’이 적잖게 작용했다고 본다.

10년 가까이 유럽클럽들과 접촉해온 필자의 눈으로 볼 때 이번 대회가 끝나면 최소 2∼3명의 한국선수들이 해외진출을 이뤄내지 않을까 싶다. 입단계약까지 변수가 많음을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선수들이 ‘주시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추론이 아니라 해외 파트너들을 통해 들려오는 얘기들을 근거로 한 것이다. 한국선수들이 ‘황금시장’으로 떠오를 수 있는 근거는 이렇다.

우선 몸값이 싸다. 8강에 오른 팀들을 한번 훑어보라. 우리처럼 스카우트 시장에서 ‘처녀지’로 남아있는 곳이 없다. 아프리카 선수들 역시 네덜란드 아약스 클럽의 케이프타운 지부처럼 20세 정도면 이미 유럽 클럽들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다. 만일 적잖은 우리 선수들이 이적료가 없는 아마추어 신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놀랄 클럽들이 적잖을 것이다.

수십, 수백억 원 대의 이적료에 익숙해진 팬들의 시각에선 해외클럽들의 이적료 산정이 중구난방인 것 같지만 나름의 원칙이 있다.

투입비용, 즉 이적료(In-Put)에 비해 미래에 얼마나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는지(Out-Put)에 대한 확신 정도에 따라 몸값이 정해진다. 금융용어로 신용등급 AAA+이라면 투입비용이 높아도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다. 반대로 신용등급이 낮다면 이적료가 적어도 투자가 망설여지는 법이다.

이번에 8강을 이뤄낸 한국선수들은 비록 신용등급은 낮지만 투입비용이 거의 없는 ‘제로 리스크’ 상품에 가깝다. 실패하더라도 손실은 미미하다. 프리미어리그처럼 큰 돈이 없는 클럽들로선 군침을 흘릴만한 충분한 매력이 있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미드필드에서 2∼3명, 수비에서 1∼2명 정도는 충분히 이러한 투자매력이 있다.

K리그 입장에선 선수들의 선전이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각종 과도기적 제도로 그들을 지켜내기에는 체질이 워낙 허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 선수들이 보다 많이 해외에 진출하기 바란다. 그래야 한국축구가 강해진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K리그도 중요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해외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것이 팬들에게 축구에 대한 애정을 유지하게 만드는 첩경이라고 본다.
지쎈 사장

스포츠전문지에서 10여 년간 축구기자와 축구팀장을 거쳤다. 현재 이영표 설기현 등 굵직한 선수들을 매니지먼트하는 중견 에이전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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