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게이트’ 대한축구협회의 궁색한 변명 그리고 남은 의문들 [사커토픽]

입력 2024-03-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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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일부 선수들과 대한축구협회 직원이 2023카타르아시안컵을 앞둔 UAE 전지훈련 기간 숙소에서 카드도박을 한 사실이 공개돼 여론이 들끓고 있다. 협회는 대부분의 사실을 인정한 입장문을 서둘러 내놓았으나 칩이 사용된 배경과 사용 기간, 판돈 규모 등 여전히 의문이 많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전경. 스포츠동아DB

축구국가대표팀 일부 선수들과 대한축구협회 행정직원이 2023카타르아시안컵(1월 13일~2월 11일) 개막을 앞둔 1월 2~10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전지훈련 기간 숙소에서 카드도박을 한 사실이 13일 스포츠동아의 단독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여론이 들끓자 협회는 ‘선수단의 카드놀이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한 설명’이란 제목의 입장문을 내놓았다. 선수들이 협회 팀장급 직원 A 씨와 카드판을 벌인 사실, 대회 후 A 씨를 직위해제했다는 사실 등 대부분을 인정했으나 “소액 내기성으로 도박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내용이 궁색하다. 핵심을 빠트렸다. ▲A 씨가 카지노에서나 쓰일 법한 칩을 직접 챙겼다는 점 ▲새벽까지 자리가 이어졌다는 내용 등은 빼놓았다. Q&A 형식으로 여전히 남는 의문들을 짚어봤다.


Q=대체 왜 칩을 챙겨갔나?

A=사건의 핵심이다. 일반인들은 카드를 치며 칩을 사용하지 않는다. 칩을 사용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외부에 전혀 다르게 비쳐진다. 대표팀이 주요 메이저대회 동안 숙소에 갖추곤 했던 플레이룸(휴게실)이 마치 사설도박장처럼 활용됐다고 오해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통상 칩은 현금이 없어 주고받기가 어려울 경우 현금처럼 거래되며, 추후 자신이 소지한 칩에 해당하는 금액을 서로 정산한다.


Q=정말 내기 수준이었나?

A=칩은 개당 1000~5000원에 해당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축구계에 따르면 카드판은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새벽 4~5시까지 자리가 있었다”는 전언도 나왔다. 일단 밤새 카드를 했다면 판돈의 규모가 적지 않다. 협회는 “가장 많이 잃은 참가자가 4만~5만 원 정도로 판돈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지만 확인이 필요하다. 도박의 사전적 의미는 ‘돈이나 재물을 걸고 내기를 하는 일’이다. 음료나 생필품 대리구매 등이 아니라, 칩을 통해 금전거래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분명하다.


Q=도하에선 카드가 사라졌나?

A=사건은 전지훈련지에서 벌어졌다. 협회는 “아부다비에서만, 선수단 휴식일에 (카드판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믿기 어렵다. 언제 올지 모를 휴식일의 여가를 위해 국내에서부터 굳이 칩을 준비해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협회는 입장문에 “장기 합숙기간 휴게실이 마련되며 카드, 보드게임 등이 비치됐다”고 적었다. 따라서 아시안컵 대회 기간에 대한 점검도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Q=또 꼬리 자르기에 그치나?

A=협회는 A 씨를 지난달 20일 직위해제했다. 임시 조치다. 추후 인사위원회에서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꼬리 자르기’에 그쳐선 안 된다. A 씨의 행위에서 비롯된 사태지만, 대표팀과 직원들을 관리하는 것은 협회의 몫이다. 특히 이번 아시안컵에 협회는 ‘임원급’ 단장을 파견하지 않았다. 대표팀과 동행하지 않은 협회 정몽규 회장은 단장으로 보기 어렵다. 명확한 리더가 없고, 책임자가 없다 보니 불미스러운 사건이 끊이질 않았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사과하고,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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