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이야기]9개월악몽딛고돌아온박지성

입력 2008-01-12 14:5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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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에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컴백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박지성의 복귀가 인간 정신력의 승리였고 확고한 신념에 대한 보답이었다고 본다. 무릎인대 파열은 선수 생명을 위협한다. 지난해 4월 박지성은 리처드 스테드먼 박사의 진찰을 받기 위해 미국 콜로라도로 날아갔다. 스테드먼 박사는 수술을 했고 아주 길고 고독한 재활법을 박지성에게 처방했다. ‘지옥’에 빠진 선수는 진공 상태에 존재하는 것과 같다. 나도 축구선수 생활을 하다 무릎 부상으로 은퇴했기 때문에 부상이 얼마나 선수 영혼에 구름을 드리우게 하는지 알고 있다. 박지성은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팀 소속이다. 그는 지난 시즌에도 발목 부상으로 3개월을 뛰지 못했다. 이번엔 무릎을 다쳐 9개월을 재활로 보냈다. 9개월! 시간 낭비에 대한 걱정은 선수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박지성이 재활하는 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리그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가 회복하는 동안 맨체스터는 선수 4명을 영입했다. 그중 나니와 루이스 안데르손은 박지성과 포지션이 겹친다. 오언 하그브리스와 카를로스 테베스도 미드필드와 최전방에서 뛰는 선수다. 부상당한 선수로선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초 세계 최고의 무릎전문가 스테드먼 박사는 박지성의 복귀를 1월로 잡고 박지성에게 9개월간 캐링턴 팀 훈련장에 270번이나 찾아가도록 했다. 그곳에서 박지성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봤다. 박지성은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꿈의 무대인 올드 트래퍼드를 찾았다. 박지성은 뛰고 싶어 안달이 났을 것이다. 박지성은 맨유TV 팬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이렇게 오래 뛰지 못한다는 것은 고통이다. 하지만 우리 팀은 예전보다 더 강하고 좋아진 것 같다. 그래서 난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자서전에서 거스 히딩크 전 에인트호번 감독이 통역사를 통해 “나는 너의 정신력을 존경한다. 그 정신력 때문에 넌 위대한 선수가 됐다”고 말했다고 했다. 결국 그 말이 박지성을 ‘오늘의 박지성’으로 만들었다. 히딩크 감독과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감독은 사람을 다룰 줄 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리고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은 새해 우리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공표했다. 퍼거슨 감독이 긱스, 루니, 호날두, 테베스와 함께 뭣 하러 부상당한 선수에 대해 말했겠는가. 박지성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서였다. 퍼거슨 감독은 크리스마스가 지난 뒤 박지성을 선덜랜드전에 선발로 투입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박지성은 75분을 뛰었다. 경기도 쉽게 이겼다. 박지성과 퍼거슨 감독은 복귀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것을 함께 느꼈을 것이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플레이에 만족한다. 그는 우리 팀에 많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타고난 선수다. 박지성이 그렇게 계속 뛰면 뛸수록 팀이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일주일도 안 돼 박지성은 7만5000명의 팬이 운집한 올드 트래퍼드에서 뛰었다. 특유의 ‘산소 탱크’를 자랑하며 박지성은 악몽을 떨치고 돌아왔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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