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달러 덕에 세계적 명장을 데려올 여력이 충분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축구대표팀 성적에 일희일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4년 동안 대표팀 감독을 무려 16명이나 교체했을 정도. 특히 월드컵을 앞두고는 정도가 더 심하기 마련인데 사우디의 ‘감독 경질병’이 또 도졌다.
AP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축구연맹(SAFF)이 도스 앙구스 감독(사진)을 해임하고 자국 출신의 나세르 알 조하르 감독을 새 사령탑에 선임했다”고 9일 보도했다. 앙구스 감독이 경질된 이유는 2010월드컵 3차 예선에서 사우디가 부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 사우디는 4조에서 현재 3승1무로 2위에 올라있는데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그럭저럭 괜찮지만 3월 우즈벡 원정에서 0-3으로 완패한 것이 경질의 결정적인 도화선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새로 감독에 오른 알 조하르의 이력이 눈길을 끈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지역예선에서 1무1패로 부진에 빠진 사우디는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슬로보단 산트리치 감독을 내치고 코치였던 알 조하르를 감독으로 승격시킨 뒤 5승1무의 성적으로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사우디는 본선 조별리그에서 독일에 0-8로 대패했고 알 조하르는 대회 도중 경질되는 수모를 겪었다.2006년 독일월드컵 때도 감독 대행으로 다시 지휘봉을 잡았으나 결국 아르헨티나의 가브리엘 움베르토 칼데론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윤태석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