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앞에선 法도 맥 못추나
익명의 트위터, 실명 공개하자 순식간에 게시글 5만개 돌파
SNS '사생활 보호' 논란
익명의 트위터, 실명 공개하자 순식간에 게시글 5만개 돌파
SNS '사생활 보호' 논란
스코틀랜드 신문 선데이헤럴드 22일자에 실린 사진. ‘검열됨’이라는 문구가 적힌 얇은 띠로 눈을 가렸지만 얼굴의 주인공이 라이언 긱스임을 누구나 알아챌 수 있게 해놓았다
사건은 영국의 대중지 ‘더 선’이 ‘CTB’라는 이니셜로 알려진 축구선수와 유명 모델의 관계를 취재하면서 시작됐다. CTB는 이에 대응해 법원에 보도금지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관련 사실은 물론, 그가 보도금지 명령을 받아냈다는 사실 자체도 공개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익명의 한 트위터 이용자가 이 선수의 실명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트위터에서 그의 이름이 언급된 게시글은 단숨에 5만 개를 돌파했고 페이스북 등 다른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법원의 보도금지 명령이 사실상 무의미해진 것. 결국 CTB는 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트위터를 상대로 실명을 올린 누리꾼들의 이름과 신상정보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 와중에 스코틀랜드 신문 ‘선데이 헤럴드’가 22일자 1면에 그의 사진을 보도해 CTB의 신원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노장 라이언 긱스(38). 부인과 두 자녀를 둔 긱스는 박지성과 같은 팀에 소속돼 있는 베테랑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소셜 미디어 등을 이용한 온라인 정보교류 수단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법원의 보도금지 결정과 같은 기존의 통제장치가 이미 효력을 상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법원은 2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우리 사회가 트위터 등 인터넷에 대한 새로운 통제 수단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명인사들이 시대가 바뀐 것을 인정하고 ‘영원히 감출 수 있는 비밀은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여론도 거세다. 미국 포브스는 “긱스는 ‘스트라이샌드 효과(Streisand effect)’를 들어보지 못했던 것 같다”고 평했다. 이는 인터넷 정보를 검열 또는 삭제하려다 오히려 더 큰 정보 확산을 초래하는 현상을 말한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