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아부다비 여행]‘왕관의 무게’, 아부다비

입력 2015-08-20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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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투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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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의 무게, 아부다비

현재 모든 화려한 스폿 라이트를 두바이가 받고 있지만 분명 아랍에미리트의 적통은 아부다비에 있다. 세월이 흐르고 아무리 명성이 뒤바뀐다고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 몇 가지 중의 하나는 단연, 정통성일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의 진짜 왕관을 쓰고 있는 아부다비. 왕이 되려거든 그 왕관의 무게를 견딜 것.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일곱 개의 토후국이 각자 자신의 권역을 통치하며 하나의 연합국으로 이루어진 나라로 아부다비가 연방 중 최대 산유국이며 가장 넓은 면적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수도라는 것은 대표성과 함께 1인자라는 상징성을 내포한다. 두바이가 세기를 뛰어넘는 새로운 왕국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사실 두바이 자금의 대부분도 아부다비 정부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도시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바라보는 도시. 그 드러나지 않은 숨은 존재감, 그 이름은 아부다비.

금의 세계, 에미리츠 팰리스
에미리츠 팰리스는 엄청난 넓이의 부지에 조성되어 있으며 아부다비 왕의 궁전이자 아랍에미리트 정부의 공식 회의 장소에서 호텔로 용도 변경된 곳이다. 아부다비의 왕은 분명히 두바이의 급속한 발전에 어떤 식으로든 자극을 받았던 모양이다. 택시를 타고 호텔 가까이에 있는 주메이라 에티하드 타워가 보이는 코니쉬 비치 끝으로 향했다. 멀리서부터 보이던 에미리츠 궁의 옅은 벽돌색 외관은 좀 더 다른 고급스러운 단어가 있다면 새로 이름 지어져도 좋을 듯한 색깔이었다. 그것은 해가 지고 난 후의 짙은 사막의 색과 닮았다. 일반인들은 투숙객이 아니고서야 정문으로 들어가지 못하므로 우측에 멀리 떨어져 있는 외부인 전용 입구로 향해야 했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건물의 길이는 1킬로미터나 된다고 한다. 복장도 반바지 차림이나 슬리퍼로는 들어갈 수 없어 미리 준비한 긴바지를 택시 안에서 다급하게 갈아입어야했다. 입구의 가드들은 서둘러 바지를 입고 들어오던지 아니면 택시를 타고 다시 나가라고 재촉했다. 택시기사는 그러한 주문에 익숙한 듯 했지만 또 당황해하기도 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에 들어오는 것은 로비 홀 천장의 돔이었다. 돔은 신비하고 교교한 빛을 내며 자리하고 있었고 또 모든 기둥들은 온통 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천장의 문양은 마치 만화경처럼 신비로웠다. 대칭과 균형 그리고 배열과 조합이 저 문양 하나에서 끊임없이 퍼져 나와 확대되고 재생산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금빛 궁전의 하늘을, 저마다 고개를 젖히고 오랫동안 부자유스러운 자세로 올려다보았다. 천장으로부터 어떤 계시가 시작된다면 모두들 하늘 위로 날아오를 것 같았다.

이곳의 화려한 명성을 뒷받침해주는 금가루 카푸치노를 마셔보기로 했다. 1층 로비의 카페에서 파는 금가루가 뿌려진 카푸치노는 실제 금 24k의 금가루라고 한다. 금을 마시다, 라는 문장이 유일하게 가능해지는 곳. 생각보다 카푸치노의 가격은 비싸지 않았다. 50디르함에 약간의 세금10디르함은 약 3,000원. 중동지역의 대표적인 디저트인 데이츠와 초콜릿도 함께 나왔다. 카푸치노는 금과 함께 내 속으로 들어왔다. 로비 한 곳에는 금 자판기마저 마련되어 있었다. 가격대도 다양하고 디자인도 다르며, 국제 시세에 맞게 금 가격은 10분 당 업데이트 된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은 제한되어 있었지만 일부분으로도 에미리츠 팰리스의 압도감은 충분했다. 만일 내부를 더 본다면 일반인으로써는 솔직히 이보다 더 큰 상실감과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만큼 에미리츠 팰리스는 보통 사람들이 평범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호텔 내부에 보이는 금빛의 모든 것은 빛이 아니라 실제 금이라고 하며 호텔 곳곳에는 오스트리아의 명품 브랜드인 스왈롭스키의 샹들리에가 1,200여개나 있다고 한다. 화려함의 끝, 에미리츠 팰리스. 금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할지어다.

단 하나의 선택, 그랜드모스크
먼저, 순백으로 뒤덮인 이 단일 건물은 인도의 타지마할이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 오면 누구나 같은 감정과 비슷한 표현 그리고 동격의 대상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장담해 본다. 그랜드모스크는 아마, 특히 거대 모스크를 처음 본 사람이라면 분명히 잠시 동안 넋이 나갈 정도로 아름다우며 그 아름다움은 순수하며 그리고 그 순수함은 또 그랜드 모스크라는 이름으로 마감될 것이다. 그 순수함은 백색이 주는 이미지와는 상관이 없다. 하필 이날은 사위가 어두웠지만 사실 마음 한 켠에서는 어쩌면 더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찾아 들었다. 날이 맑았다면 나는 꽤 오랫동안 벅찬 숨을 골라야 했을 것이고 어쩌면 뜻하지 않게 아부다비의 일정을 더 늘였을지도 모른다. 파란 하늘 아래 순백의 돔과 첨탑, 그 이름 세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흐얀 모스크Sheikh Zayed Bin Sultan Al Nahyan Mosque.
입구로 들어섰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원래 비무슬림에게 모스크 방문은 금지되어 있지만 아부다비 정부에서 아랍의 문화와 이슬람의 종교적인 이해를 돕고자 파격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그랜드 모스크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규모이다. 모스크 밖에서는 내부 관람객들의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였고 이는 곧 그랜드 모스크를 엄숙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반증이었다. 광장을 지나 내부로 들어섰다. 신발은 이곳에서 벗어야 한다. 내부에는 일정 동선을 만들어 놓아 모든 사람들이 엄격하게 움직였다. 천장에 걸려있는 샹들리에의 은은한 빛과 내부를 감싸고 있는 극도의 경건함. 아라베스크로 뒤덮인 내부는 모든 선을 공간 속으로 집약시킨 후 다시 그 선들을 극도의 균형과 대비로 맞추어 수축하고 팽창시켰다. 사람들은 저마다 감탄을 하며 이 성스러운 모스크를 자신이 담고 싶은 모든 곳에 깊이 아로새겼다.
광장을 지나 지하로 내려가면 기도실이 있다. 물론 광장을 지나 지하로 내려갈 때까지 기둥과 바닥 그리고 수많은 타일아트는 하나하나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기둥들은 모두 1,095개라고 한다. 이곳은 진정, 인간이 선 하나로 만들어놓은 가장 완벽한 공간이다. 밤이 되면 이곳에 빛이라는 또 다른 표현이 스며들겠지. 그랜드 모스크는 아부다비에서 딱 한곳만 보게 된다면 당연히 이곳이 돼야 할 정도로 다른 여지가 없는 곳이다. 서서히 어둠이 짙어지며 첨탑 끝에 조명이 들어선다. 이곳의 조명은 보통 조명이 아니고 태양과 석양의 빛에 따라 조도가 바뀌는 특수조명이라고 한다. 밤의 모스크. 아부다비가 가지는, 어쩌면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진짜 왕의 모습. 그랜드 모스크를 보는 것은 아부다비의 왕을 알현하는 것이다.

Tip
가는 법
아부다비에는 지하철이 없다. 버스터미널 옆 왈 와다몰에서 054번 버스 탑승 후 30여 분 소요. 2디르함.

주의사항
여성은 머리와 몸 전체를 가리고 들어가야 하며 입구에서 아바야를 무료 대여해 준다. 남성은 무릎 아래까지 덮이는 옷이면 괜찮다. 사진 촬영은 허락되지만 삼각대를 사용한다던지 과도한 포즈를 잡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안내원의 지시에 전적으로 따라야 한다.

팁 속의 팁
1. 최대 40,000명의 수용인원. 주 기도실은 9,000명 합동예배가 가능.
2. 각 코너에 있는 4개의 첨탑은 높이 115미터이며 돔은 57개로 이루어져 있다.
3. 내부의 카펫은 이란에서 만들어진,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카펫이며 단 한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2,000여 명의 인부들이 꼬박 2년에 걸쳐 짠 것이라고 한다.
4. 금요일은 현지의 공휴일이므로 개방하지 않는다.

레몬과 에메랄드를 담은 빛, 코니쉬 비치
아침부터 서둘러 마리나 몰을 다녀온 후 코니쉬 비치Corniche Beach를 따라 걸어보았다. 유명한 명품숍들 뿐만 아니라 아이스링크와 볼링장, 영화관들이 함께 있는 아부다비를 대표하는 쇼핑센터인 마리나 몰은 아침 일찍 온 탓인지 점원들만이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고 관심이 많지 않은 탓에 슬쩍 둘러보고만 나왔다. 코니쉬 비치까지는 그늘 하나 없는 무의미한 걸음이었지만 이런 바다색을 지닌 해변을 보며 걷고 싶었던 마음이 앞섰기에 덥다, 같은 생리적인 느낌은 아예 들어올 틈이 없었다.

코니쉬 비치는 룰루섬을 마주하고 있는 아부다비 본섬의 끝에 있는 해변으로 아부다비 사람들의 휴식 공간 같은 곳이다. 나라마다 바닷물 색이 조금씩 다르기 마련인데, 코니쉬의 물은 옅은 에메랄드였다. 물감을 조금 푼 탓일까. 제주의 애월보다 훨씬 낮은 색감은 어딘지 연약해 보이는 느낌도 조금 들도록 했다. 아마 거의 없는 파도와 그에 따른 잔잔함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바다 건너 에미리츠 궁전이 보이고 왼편에는 주메이라 에티하드 타워도 보인다. 바다는 계속해서 거의 흔들림 없이 조금씩 조금씩만 바닷물을 해변에 뱉어내 줄 뿐이었다. 바람은 더위 탓인지 어디에서도 불어오지 않았다. 한 여인이 이 한적하고 나른한 해변에 혼자 누워 감당키 어려운 자유를 즐기고 있었다. 아니 딱히 일광욕이라기보다는 코니쉬 비치 전체를 마음껏 누리고 있는 것 같았다. 부디, 태양이여 이 여인에게 레몬색의 빛을 작렬하소서. 에메랄드빛의 바다여 이 여인에게 거대한 휴식을 주소서. 그리하여 이 여인에게 당신의 모든 것을 내려주소서.

Tip
1. 큰 렌즈의 카메라는 가드들로부터 제지당한다. 해변을 즐기는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2. 코니쉬 비치의 오픈비치 여덟 곳 중 일부는 유료로 이용되며 특히 가장 대중적인 패밀리 비치는 유료로 운영된다.
3. 유료 비치는 입장료 외에 파라솔과 타월 등도 대여료를 내야한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마당, 센트럴 마켓
수크Souk는 시장을 뜻한다. 원래 수크는 전통시장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아부다비는 전통에 현대와 감각을 덧입혀 새롭게 도심 속에 재탄생시켰다. 두바이는 향신료와 의류, 생필품과 카펫, 금 등 각 품목별로 특화 수크를 조성했지만 이곳은 모든 것이 함께 있어 오히려 잠시 아랍에미리트를 둘러보고 갈 사람이라면 훨씬 더 합리적인 쇼핑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아부다비 시내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도 좋다. 비치에서 택시를 타고 갔는데, 아부다비는 엄청난 산유국이라서 그런지 택시 값이 그다지 비싸지 않았다. 운전을 하던 파키스탄에서 온 사내는 나름 아부다비의 생활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

시장 내부는 부드럽고 은은한 목재를 사용, 전통적인 무늬와 형상으로 재현해 놓아 시장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민속촌 같았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으로 페르시아 음식을 서비스하는 타부쉬Tarbouche로 가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타부쉬는 터키식 모자 이름이라고 한다. 가장 대중적인 Mixed Grill을 시켰다. 예전부터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막이었기에 아랍의 음식 문화는 물로 끓이는 것보다는 굽는 음식이 발달해 왔다. 큼지막한 고추며 양파, 토마토가 모두 구워져 나왔다. 양고기와 소고기 그리고 닭고기가 골고루 나온 꼬치구이를 양고기 특유의 향 때문에 마무리하지 못했다. 시장에는 역시 아랍 특유의 색, 그러니까 파스텔보다는 진하고, 깊은 원색의 물건들이 주를 이루었다. 흔히 아랍국에서 자주 입는 희고 검은 옷을 느끼게 하는 색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아부다비 수크는 두바이의 수크보다 물건의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하다고 한다. 전통과 현대를 적절하게 혼합해 놓은 아부다비 수크. 코니쉬 비치를 지나왔기에 뜨거운 태양을 피하는데 있어 이곳은 완벽한 선택이었다.

아부다비 문화특구, 사디야트 섬
사디야트Sadiyat 아일랜드 프로젝트는 아부다비 섬 오른편에 위치한 사디야트 섬에서 진행되는, 아부다비가 제대로 마음먹고 추진하는 초대형 관광개발 프로젝트이다. 부르즈 칼리파나 부르즈 알 아랍 등 두바이의 꿈을 알고 있다면 이젠 아부다비가 가꾸어 오고 있는 꿈을 보는 시간. 두바이가 오직 ‘오락’과 ‘소비’에 집중된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있는데 비해 아부다비의 사디야트 개발이 향하고 있는 지점은 전적으로 ‘문화’와 '예술‘에 있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사업은 무려, 루브르와 구겐하임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물론 전부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고 브랜드 사용 로열티와 소장품 대여료, 경영 자문비 등을 루브르와 구겐하임에 지불한 후 일정 기간 임대하는 분점의 성격을 띠게 된다. 인터넷에서 보았던 아부다비 루브르의 조감도는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기이하고 극적이며 동심에 기초한 어른들의 장난감 같은 느낌이었다. 박물관이 가지는 엄숙미와 고결한 격식은 그 건축물에 없었다. 아마 박물관이라는 무거운 대상을 일반 사람들에게 좀 더 낮은 위치로 내리는 작업을 아부디비는 진행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아부다비 루브르를 설계한 건축가 장 누벨은 우리나라의 리움 미술관에도 참여했던 프랑스의 세계적인 건축가이다.

사디야트에 도착했을 무렵엔 비가 내렸다. 사디야트는 ‘행복’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공사가 계획보다 늦게 진행되는 탓인지 택시를 타고 가는 아부다비에서 사디야트 섬까지는 차가 별로 다니지 않았다. 택시기사는 아부다비에 일 년에 2~3일 정도 비가 온다고 했다. 그 비를 지금 내가 맞으며 달리고 있었다. 사디야트 문화특구에 있는 'Manarat Al Sadiyat-구겐하임 특별 전시관'으로 갔다. 입구에는 마르셀 뒤샹의 모나리자 흉상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뒤샹의 예술적 성향을 가늠할 때 이것은 사디야트가 앞으로 장르와 표현에 관계없이 모든 문화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다. 내부에 생각보다 많은 전시물들이 있지는 않았지만 한낱 스페인의 공업 도시에 불과했던 빌바오를 스페인 북부 최고의 관광지로 바꿔놓은 구겐하임이 또다시 아부다비에서 기적을 일으킬 현장을 미리 본 것으로 의미 있는 방문이었다. 아부다비 루브르는 올해 말, 그리고 아부다비 구겐하임은 2017년 개관이 목표이다.

뜻밖의 시간들, 알 아인
알 아인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모두들 서두르지 않았지만 아랍에미리트를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터미널에서 조그마한 승합차를 타고 갔고 가는 동안 황량한 사막으로 이어진 거대한 땅을 보았다. 알 아인의 터미널은 작았다. 태양은 폭력적으로 내리쬐었다. 거리에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고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힘겨운 동작으로 택시를 잡고 있었다. 아랍에미리트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알 아인은 아랍에미리트의 건국 초대 대통령이 이곳 출신이라 사람들의 자부심이 남다르다고 한다.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 두바이가 해양 교역로의 중심이었다면 알 아인은 고대 메소포타미아를 전 세계의 교역로와 연결해주던 육로의 중심지였으며 ‘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터미널에 내려 알 아인의 중심가를 걷다가 아무런 의미 없이 이어지는 상점가를 걷는 기분이 들어 박물관으로 옮겼다. 알 아인에는 알 아인 동물원과 세계 100대 드라이브 코스로 꼽혔다는 제벨 하핏Jebel Hafeet 등의 볼거리가 있었지만 시간이 넉넉하지 않고 너무나 더웠기에 우선 터미널 가까이 있는 알 아인 국립 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 내부는 컬렉션이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순박하고 토속적인 느낌이 났다. 박물관 한 곳에 있는 기도처에서는 무슬림들의 조용한 기도가 이어지고 있었고 낯선 이의 방문을 꺼렸지만 나는 그들의 제지를 겸허하게 받아드렸다.
박물관에서 나와 꽤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 있었다는 오아시스를 둘러본 후 적당한 현지인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서너 개의 테이블만 있던 작은 식당의 내부는 아부다비에서 느낄 수 있었던 화려함이란 없이 그저 단순하고 평범한 구성이어서 왠지 안도감 같은 것이 들었다. 후무스라는 음식을 주문했다. 원래 후무스만으로 식사를 하지 않는지 주문을 받던 주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적당한 가격의 펠라펠이라는 음식도 시켰다. 중동 식 빵인 피타와 후무스 그리고 펠라펠. 충분한 양이다. 아부다비로 돌아가는 시간이 조금 남아 시장을 둘러보았다. 늦은 시간까지 시장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낯선 여행자의 카메라에 오히려 장난을 치며 다가와 주었고 커피를 마시려고 들어갔던 한 식당의 주인은 자신의 인생에 내가 첫 한국인이라며 웃는 얼굴로 커피 값을 받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스쳐가던 사내에게서는 방금 고기를 잡은 듯 비릿한 냄새가 전해져 왔다. 이라크에서 왔다는 버스 정류장의 택시 기사는 사진을 찍어달라며 한껏 자세를 잡았다. 모두 이민자들이었지만 분명히 알 아인과 아랍에미리트를 구성하고 있는 진짜 얼굴들이었다. 아부다비와 두바이에서 조금은 비켜서 있는 알 아인. 잠시 아랍에미리트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알 아인까지는 아부다비로부터 한 시간.

TIP
<아부다비 항공 편>
국내 항공사 두 곳과 에티하드 항공 등 총 세 편의 직항으로 연결된다. 소요시간은 10시간.
에티하드 항공의 경우 안대와 칫솔, 귀마개와 수면양말 등 다양한 기내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기내식이 조금 약하다는 의견도 있다.

<아부다비 시티투어>
현지에서 개인별로 운영하고 있는 국내업체와 아부다비 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티투어가 있다. 아부다비 시티투어는 에미리츠 팰리스와 그랜드모스크는 물론, 크루즈와 사막투어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편하게 여행을 즐기기에는 꽤 적당한 프로그램이다.
http://eng.bigbustours.com/abudhabi/home.html

<아부다비 버스 터미널>
다행스럽게도 버스 터미널은 도심 한복판에 있어 이곳에서 두바이와 다른 지역으로 가는 버스들을 이용하기에 용이하다. 두바이의 알 구베이바Al Ghubaiba 버스터미널까지 시간당 한 대 꼴로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대형쇼핑몰인 알 와다가 바로 옆에 있다.

제공 : 모두투어(www.modetour.com, 1544-5252), TRAVEL MAGAZINE GO ON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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