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얼로지]깊어진 가을, 기차타고 떠나는 부여 유네스코 세계유산 여행

입력 2024-10-23 21: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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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부여박물관 중앙 홀에서 진행하는 백제금동대향로 테마의 디지털 미디어 아트 영상 공연. 가운데 연꽃은 보물급 문화재 백제석조에 투영한 영상이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국립부여박물관 중앙 홀에서 진행하는 백제금동대향로 테마의 디지털 미디어 아트 영상 공연. 가운데 연꽃은 보물급 문화재 백제석조에 투영한 영상이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백제의 마지막 수도, 사비가 있었던 부여는 이웃 공주와 함께 백제 문화의 찬란한 자취를 접할 수 있는 유적이 곳곳에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한 부여는 수도권에서 접근성도 좋다. 서울에서 KTX를 타면 1시간 안팎이면 공주에 도착하는데, 그곳서 버스로 30분 거리다. 군 면적으로 따지면 결코 작은 고장이 아니지만, 방문객 입장에서는 고맙게도 박물관부터 왕릉원, 정림사지, 낙화암, 부소산성 등 핵심 명소들이 모여 있어 한번에 돌아보기가 좋다. 백마강변에 자리한 유서깊은 유적을 돌아보는 방법도 수륙양용 시티버스부터 열기구, 황포돛배까지 다양하다. 깊어가는 가을, 계절의 짙은 정취를 느끼면서 파란만장한 백제의 자취를 돌아보는 재미있는 여행을 즐겨볼 수 있다.
국립부여박물관 전경. 94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깊은 곳이지만 규모는 아담한 편이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국립부여박물관 전경. 94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깊은 곳이지만 규모는 아담한 편이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디지털 아트로 만난 백제 걸작, 국립부여박물관
부여읍에 있는 국립부여박물관은 옛 백제 후기 수도였던 지역답게 사비백제 시대의 충청 동남권, 특히 부여 지역서 출토된 유물을 주로 전시하고 있다.  1929년 부여고적보존회에서 출발해 1945년 해방 이후 국립박물관 부여 분관이 되었고, 1975년 국립부여박물관으로 승격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까지 포함하면 한 세기에 가까운 94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국립부여박물관을 대표하는 인기 유물 백제금동대향로. 섬세한 세공과 조형미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백제 예술의 걸작이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국립부여박물관을 대표하는 인기 유물 백제금동대향로. 섬세한 세공과 조형미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백제 예술의 걸작이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긴 역사에 비해 박물관 규모는 의외로 아담한 편이다. 달리 생각하면 오밀조밀 공간 구조가 걷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잇점이 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소박한 규모가 주는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은 화려한 백제 유물들이다. 현재 국립부여박물관은 4개 상설전시관과 야외전시장에 걸쳐 무려 1만1690여 점의 유물을 보존하고 있다.
국립부여박물관이 소장한 국보급 문화재 중 하나인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 국내서 가장 오래된 사리기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국립부여박물관이 소장한 국보급 문화재 중 하나인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 국내서 가장 오래된 사리기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이중 가장 인기있는 것은 국보급 백제 유물 중에서도 섬세한 세공으로 손꼽는 백제금동대향로, 은은한 미소 덕분에 ‘미스 백제’라는 애칭이 붙은 규암리 금동관세음보살입상, 국내서 가장 오래된 사리기라는 왕흥사 사라기 등이다. 특히 용모양의 받침, 연꽃을 표현한 몸체, 산악 모양의 뚜껑, 봉황 장식 등을 통해 백제인의 세계관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백제금동대향로는 직접 보면 화려한 자태에 보는 이를 압도한다.
국립부여박물관의 1층 중앙 홀에서 진행하는 디지털 미디어 아트 공연. 백제 명품, 벡제문양전 테마의 영상이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국립부여박물관의 1층 중앙 홀에서 진행하는 디지털 미디어 아트 공연. 백제 명품, 벡제문양전 테마의 영상이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박물관 1층에는 자연 채광의 넓은 원형 홀을 조성했는데, 중앙에 관북리 백제 추정 왕궁터에서 발굴한 보물급 문화재 백제석조가 있다. 이곳에서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백제 문화와 예술을 디지털 미디어 아트로 구현하는 영상 공연을 진행한다. 백제금동대향로와 백제 명품, 백제문양전 두 테마를 교대로 상영하는데 넓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영상이 주는 시각적인 쾌감이 상당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부여 왕릉원. 언덕 위에 보이는 고분들이 7기의 왕릉급 고분들이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부여 왕릉원. 언덕 위에 보이는 고분들이 7기의 왕릉급 고분들이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유구한 역사의 자취, 왕릉원과 정림사지 오층 석탑
부여 동쪽에 있는 왕릉원은 예전에는 능산리 고분군으로 불렸다. 무령왕릉이 있는 공주 송산리 고분군과 함께 백제 왕조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이다.
7기의 왕릉 중 사신도 벽화로 유명한 동하총. 지금은 벽화의 손상을 우려해 입구를 폐쇄하고 인근 능산리 모형 전시관에 내부를 재현했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7기의 왕릉 중 사신도 벽화로 유명한 동하총. 지금은 벽화의 손상을 우려해 입구를 폐쇄하고 인근 능산리 모형 전시관에 내부를 재현했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크게 능산리 고분군, 서쪽의 의자왕의 가묘 뒤쪽 능산리 서고분군, 동쪽의 능산리 동고분군으로 구분한다. 총 7기의 왕릉급 고분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왕족과 귀족들의 무덤이 있고, 사비도성의 동쪽 외곽을 둘러 싼 부여 나성과 백제금동대향로가 출토된 능산리사지 등으로 이루어졌다. 2021년부터 ‘부여 왕릉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왕릉원도 규모 자체가 크지는 않다. 하지만 잘 관리한 조경과 여유로운 탐방 코스가 가을날의 정취를 느끼기 좋다.
백제금동대향로가 출토된 능산리 사지. 사진촬영용 액자에 그려진 절의 모습과 유적의 자취를 잘 맞추면 당시 절의 모습이 재현된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백제금동대향로가 출토된 능산리 사지. 사진촬영용 액자에 그려진 절의 모습과 유적의 자취를 잘 맞추면 당시 절의 모습이 재현된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왕릉원 중앙에 위치한 7기의 왕릉 중에서 동하총은 사신도 벽화로 가장 유명하다. 지금은 벽화의 손상을 우려해 입구를 폐쇄하고 인근 능산리 모형 전시관에 내부를 그대로 재현했다. 중앙고분군에서 돌길을 따라 능산리 사지와 나성이 있는 곳까지 여유롭게 거닐며 돌아보면 좋다.
백제 건축예술의 진수로 평가받는 정림사지 오층 석탑. 뒤에 있는 석조여래좌상을 보존한 유물관과 파란 가을 하늘의 조화가 멋지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백제 건축예술의 진수로 평가받는 정림사지 오층 석탑. 뒤에 있는 석조여래좌상을 보존한 유물관과 파란 가을 하늘의 조화가 멋지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백제는 700여년의 역사와 일본의 문화와 예술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에 비해 정작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유물은 많지 않다. 그래서 정림사지 오층 석탑의 존재가 더 소중하다. 정림사지 오층 석탑은 백제 건축예술의 멋을 잘 보여주는 국보로 부여읍 정림로에 유적공원 형식으로 보존하고 있다. 높이 8.33m로 꽤 크다. 화려한 세공이나 부조가 없는 소박한 외형이지만 그 담백한 자태의 은근한 미감이 멋진 탑이다.

정림사지 석불좌상. 오층석탑과 남북축선상에 위치했는데 머리와 보관은 후대에 만들어 올린 것이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정림사지 석불좌상. 오층석탑과 남북축선상에 위치했는데 머리와 보관은 후대에 만들어 올린 것이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특히 뒷편의 정림사지 석불좌상을 보존한 유물관과 어우러진 모습은 파란 가을 하늘과 맞닿아 그 자체로 하나의 그림을 이룬다.
가을 정취 물씬 풍기는 부여 백마강변의 가을꽃밭. 여행의 즐거움을 담는 인증샷을 찍기 좋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가을 정취 물씬 풍기는 부여 백마강변의 가을꽃밭. 여행의 즐거움을 담는 인증샷을 찍기 좋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만개한 가을 꽃밭, 백마강변
백마강은 부여를 상징하는 하나의 지리적 아이콘이다. 원래는 전북 장수군에서 발원한 금강의 중하류 지역을 가리킨다. 통상 부여읍 정동리 앞 범바위부터 현북리 파진산 모퉁이까지의 약 16㎞ 구간을 백마강이라고 부른다. 유유히 흐르는 물길 좌우로 부소산성, 고란사, 낙화암, 군창지 등의 역사적 명소들이 자리했다.
백제교에서 구드래나루터 선착장까지의 강변 공간에 조성한 가을꽃밭. 허수아비나 바람개비, 의자가 있는 원두막 등도 있어 부여 여행의 인증샷을 찍기 좋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백제교에서 구드래나루터 선착장까지의 강변 공간에 조성한 가을꽃밭. 허수아비나 바람개비, 의자가 있는 원두막 등도 있어 부여 여행의 인증샷을 찍기 좋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요즘은 백제교부터 구드래나루터 선착장까지 강변에 다양한 꽃을 식재해 가을의 계절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너른 꽃밭이 만들어져 새로운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거의 2km에 가까운 백마강 강변이 형형색색의 꽃으로 수놓아져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강 건너 칠지공원과 강 중심을 오가는 황포돗배를 배경 삼아 꽃밭에서 사진을 찍으면 부여 여행의 멋진 인증샷을 건질 수 있다.
다만 본격적인 공원을 조성한 것이 아닌 강변 빈 공간을 활용해 꽃만 심은 것이어서 주차장이나 매점,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이 없다.
부여 여행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재미있는 탈거리 수륙양용 시티버스가 강 운행을 마치고 육지로 올라서고 있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부여 여행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재미있는 탈거리 수륙양용 시티버스가 강 운행을 마치고 육지로 올라서고 있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수륙양용버스부터 열기구, 황포돗배까지…이색 즐길거리들
부여에는 백마강과 강변 명소를 돌아보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색다른 탈거리를 이용할 수 있다.

우선 수륙양용 시티버스가 있다. 이름 그대로 땅과 강을 오가는 버스다. 차의 높이가 높고 문이 선박 밀폐문처럼 생긴 것을 제외하고는 겉모습은 길에서 흔히 보는 버스와 비슷하다. 차에는 일반 엔진과 함께 선박 스크류용 엔진이 따로 있다. 땅에서는 버스 엔진으로 주행하고, 물에서는 선박용 스크류로 주행하는 방식이다.
강물을 가르며 운행하는 수륙양용 시티버스. 물길을 다닐 때는 따로 달린 선박용 스크류를 이용해 다닌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강물을 가르며 운행하는 수륙양용 시티버스. 물길을 다닐 때는 따로 달린 선박용 스크류를 이용해 다닌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백제문화단지에서 출발해 고란사, 낙화암, 천정대를 거쳐 백제문화단지로 돌아오는 약 40분 코스다. 육지에서 강물로 들어갈 때 느낌이 제법 박진감 있다. 강을 운행하는 것은 여느 유람선과 비슷하지만 맞은편에서 다른 수륙양용버스와 마주칠 때 사진 찍는 재미가 있다.
이른 새벽 하늘로 오르기 위해 버너를 작동하는 부여 열기구. 백마강을 따라 이동하는데 시간과 코스는 기상 상태에 따라 유동적이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이른 새벽 하늘로 오르기 위해 버너를 작동하는 부여 열기구. 백마강을 따라 이동하는데 시간과 코스는 기상 상태에 따라 유동적이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부여의 열기구도 제주가 아닌 내륙에서는 보기 드문 탈거리다. 일출에 맞춰 아침 일찍 출발하는데, 역시 백마강을 따라 이동한다. 이동거리와 시간은 가변적이다. 날씨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착륙 지점도 그때 그때 다르다. 열기구 운행을 마치면 착륙한 곳에서 축하 와인을 제공하고 탑승 인증서를 증정한다.
부여 열기구의 비행 모습. 새벽 일출을 기대하고 비행해도 이렇게 흐린 하늘을 만날 수도 있어 날씨 복이 따라야 한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부여 열기구의 비행 모습. 새벽 일출을 기대하고 비행해도 이렇게 흐린 하늘을 만날 수도 있어 날씨 복이 따라야 한다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하지만 기상이 좋지 않으면 아예 출발이 취소될 수도 있다. 하늘을 발그레 물들이는 일출과 햇빛에 반짝이는 백마강 윤슬을 보는게 최고지만, 제법 날씨 복이 따라야 감상할 수 있는 장관이다.

이외 고풍스런 느낌으로 뱃놀이의 묘미를 주는 황포돗배도 백마강을 오르내리며 운항하고 있다.
여행의 으뜸 재미는 먹는 즐거움이다. 부여의 지역 맛집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나루터 식당 장어덮밥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여행의 으뜸 재미는 먹는 즐거움이다. 부여의 지역 맛집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나루터 식당 장어덮밥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부여, 열차여행으로 즐겨볼까
코레일관광개발(대표이사 김시섭)은 부여군과 함께 11월 1일부터 유네스코 세계유산 관광지와 연계한 ‘백제의 숨결을 찾아서 : 부여 유네스코 탐(探)행’ 기차여행을 운영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관광지인 부여 왕릉원을 비롯해, 정림사지, 부소산성 등의 주요 명소를 돌아보고 수륙양용 시티버스와 열기구를 체험할 수 있다. 당일여행과 숙박형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열차여행은 서울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오전 8시 58분경 출발해 공주역에 도착해 국립부여박물관으로 이동한다. 이어 부여 왕릉원,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돌아보고 수륙양용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낙화암, 고란사를 돌아본다. 다음날 아침에는 백마강을 내려다보는 열기구를 체험한다. 부소산성 산책과 백마강 황포 돛배를 체험하고 서울행 KTX에 오른다.
연꽃으로 유명한 부여 궁남지 인근 찻집의 연꽃차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연꽃으로 유명한 부여 궁남지 인근 찻집의 연꽃차 부여|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커플 매칭 프로그램‘굿바이 너만 솔로, 커플 열차’ 같은 재미있는 이벤트도 11월 17일 부여군 일원에서 진행한다.

한편, 부여군은 2025-2026 충남 방문의 해를 맞아, 올해 450만 명, 2025년 550만 명, 2026년 600만 명의 관광객을 목표로 체류형 관광상품 개발과 함께 관광지 인프라 개선을 하고 있다.



부여|김재범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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