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베스, 박지성, 에브라(왼쪽부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삼총사’로 불리며 수많은 경기에서 함께 땀 흘리고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스포츠동아 DB
○테베스 “이제 맨유에 대한 예의는 없다”
테베스가 맨시티로 옮긴 후 처음 올드트래포드를 찾은 9월. 킥오프에 앞서 선수 소개는 물론이고, 그가 볼을 잡을 때면 맨유팬들의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퍼거슨과 테베스가 계약 문제로 갈등을 겪을 당시, 퍼거슨을 향해 “테베스와 사인하라!”고 외쳤던 맨유팬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들은 테베스에게 엄청난 손가락질을 했다. 이에 테베스는 “매우 실망했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사실 테베스는 매너와 관계없는 ‘악동’은 아니다. 그가 친정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신사적’이기까지 하다. 2007년 테베스는 웨스트햄의 일원이었던 것을 기억한다며 “웨스트햄 전에서 골을 넣으면 골 세리머니는 자제하겠다. 웨스트햄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첫 팀이었다. 내 심장에는 웨스트햄이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실제 9월28일 웨스트햄에 3-1로 이길 당시 첫 골을 넣은 테베스는 상대를 자극하는 어떠한 세리머니도 보인 적이 없다. 테베스는 맨유전에서도 친정팀에 대한 예우를 위해 골 세리머니를 자제하겠다고 결심했었다. 하지만 더비 때 맨유팬들의 야유에 실망했다고 시인하면서 “내가 그 때 올드트래포드에서 받은 ‘대우(?)’ 덕분에 마음이 바뀌었다. 다음에 맨유를 만나 골을 넣으면 난 분명 세리머니를 할 것이다”고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를 통해 밝혔다. 그는 “난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야유가 계속된다면 난 그런 상황을 충분히 잘 다뤄낼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칼링컵 준결승 상대가 맨유로 결정된 뒤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도 “맨시티팬들은 우리의 승리를 기원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우리는 준비가 끝났다는 것이다”면서 “퍼거슨은 우리 팀이 경기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 지에 대해 걱정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이번 4강전이 매우 기다려진다”며 퍼거슨과 맨유에 공개 경고장을 날렸다. 이에 퍼거슨은 “맨시티는 작은 클럽이고 정신력도 약하다. 오만하고, 망상에 사로잡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보다 훨씬 뛰어난 이웃 클럽(맨유)의 그림자안에 살고 있고 있을 뿐”이라고 대응해 더비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테베스의 자신감과 경고성 코멘트가 허투루 보이지는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간 칼링컵에서 특히 강한 면모를 보여 왔기 때문. 그는 지난 시즌 맨유 유니폼을 입고 블랙번과의 8강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해 맨유의 칼링컵 우승에 지대한 공을 세운 바 있고, 올 시즌에는 아스널과 8강에서 첫 골을 터트려 팀의 준결승 진출을 도왔다. 그가 올 시즌 기록한 5골 중 세 골이 칼링컵에서 나온 것만 봐도 칼링컵에서의 그의 활약을 알 수 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칼링컵 우승이다”고 단언하면서 “우리는 이번 시즌 많은 선수들을 영입했다. 맨유의 레벨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사건’은 곧 일어날 것”이라고 밝혀 맨유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절친에서 적으로, 박지성과의 기구한 인연
박지성, 에브라, 테베스의 우정은 유명하다.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의 제임스 롭슨 기자는 스포츠동아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지에서는 박지성, 에브라, 테베스를 ‘삼총사’라고 부른다”고 전해줬다. ‘삼총사’란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제목에서 따온 별명이다. 이 소설은 달타냥이 ‘삼총사’ 아토스, 프루트스, 아마리스를 만나 여러 모험을 겪는 내용으로 소설 속의 삼총사는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 란 모토를 가진 절대 분리될 수 없는 세 명의 친구들을 칭한다. 이런 ‘삼총사’ 중 하나인 테베스가 맨시티로 이적, 그들은 이제 경기장에서는 적으로 만나게 됐다. 박지성은 구단 매치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더비는 선수들과 팬들에 언제나 특별한 경기다. 그리고 이번 게임이 준결승이라는 것이 그 점을 더 부각시킨다”며 더비의 의미에 대해 운을 뗀 뒤, “여전히 테베스와는 좋은 친구고 가끔 에브라와 함께 만난다”며 아직 그들의 우정은 건재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지성과 테베스의 기구한 운명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남아공 월드컵 B조에서 아르헨티나의 간판 공격수와 한국의 캡틴으로 맞붙게 돼 또 다시 운명이 갈리게 된 것이다. 그라운드에서는 꼭 승자와 패자가 있게 마련이다. 앞으로 3주 후 벌어질 맨체스터 전쟁의 결과와 박지성과 테베스, ‘절친’ 중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맨체스터 (영국) | 전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