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탄생] 최동원, 5번 등판 전설 쓰자 롯데 팬들 “아! 대한민국”

입력 2012-10-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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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동원은 1984년 10월 9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의 역투로 롯데에 창단 첫 우승을 안겼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뒤 부상으로 받은 승용차 위에 앉은 최동원의 생전 모습. 작은 사진은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우승 확정 직후 환호하는 최동원(왼쪽)과 포수 한문연. 스포츠동아DB

10월 9일…프로야구 역사속 오늘

KS 7차전 부친 사우나 회동 끝에 등판
유두열 역전 스리런…9회 삼진 마침표

1982년 KS 4차전 통한의 이만수 충돌
2003년 김민재 PS 사상 첫 홈스틸도


한국야구에서 많은 역사를 만든 고(故) 최동원이 전설을 완성한 날. 1984년 10월 9일 잠실구장에서다. 최동원은 롯데-삼성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불꽃 역투로 롯데에 첫 우승을 안겼다.

LA 다저스 월터 오말리 구단주의 아내 아네트의 시구로 시작된 경기는 6차전 뒤 하루를 쉰 최동원과 5차전에 등판했던 삼성 김일융의 선발 대결. 삼성은 2회 1사 만루서 배대웅의 내야땅볼과 송일수의 2타점 적시타로 3-0 리드를 잡았다. 롯데가 3회 정영기의 중전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자 6회 삼성 오대석이 최동원의 4구째를 왼쪽 담장으로 넘겨 4-1. 롯데가 다시 7회 한문연의 3루타와 정영기의 우전적시타로 2점을 만회해 스코어는 4-3.

7차전을 앞두고 강병철 롯데 감독은 선발투수를 고민했다. 1·3·5·6차전에서 던졌지만, 최동원이기에 가능한 고민이었다. 강 감독은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최동원의 부친 고 최윤식 씨도 쉽게 결정을 못했다. “사우나를 다녀온 뒤 생각해보자”고 했고, 부자(父子)는 결국 역사를 만들었다. 최동원은 피로누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운명의 8회. 롯데는 1사 후 김용철 김용희의 중전안타로 1·3루를 만들었다. 지친 김일융은 7회부터 팔을 제대로 뻗지 못할 만큼 힘들어했다. 계속 벤치에 교체 사인을 보냈다. 불펜에선 황규봉이 몸을 풀고 있었다. 6차전까지 17타수 1안타의 유두열이 김일융의 3구째 낮은 공을 끌어당겼다. 왼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홈런.

롯데 팬들은 이후 경기는 보지 않고, ‘아! 대한민국’을 연달아 합창했다. 오말리는 그 광경에 감동해 “어떤 노래인데 모든 사람들이 저렇게 함께 부르냐”고 물어봤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장태수를 삼진으로 잡으며 전설을 시작했던 최동원은 7차전 9회 마지막 타자로 장태수를 또 한번 삼진 처리하며 전설을 완성했다.

김일융이 홈런을 맞은 뒤 등판한 투수는 황규봉이었다. 황규봉은 1982년 10월 9일 OB-삼성의 한국시리즈 4차전 때 그 유명한 포수 이만수와의 충돌 해프닝을 빚었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친 결정적 계기였다. 4-4인 7회 2사 2·3루. 타자는 김우열. 황규봉이 평범한 플라이 볼을 유도했다. 이닝이 종료되려는 순간 포수 이만수와 황규봉이 서로 볼을 잡으려다 충돌해 공을 놓쳤다. 윤동균이 역전 득점하면서 시리즈의 운명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경북고 시절 이선희와 함께 마운드를 이끌며 신화를 만든 황규봉은 초창기 프로야구의 스타였다. 별명은 황소. 잘생긴 외모와 불같은 강속구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1986년까지 삼성 유니폼을 입고 48승29패24세이브를 기록했다. 삼성 코치를 거친 뒤로는 야구계와 인연이 끊어졌다.

1989년 10월 9일 삼성 김용국은 태평양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만루홈런을 쳤다. 원년 한국시리즈의 OB 김유동에 이은 통산 2번째 그랜드슬램. 0-2로 뒤진 6회 무사만루서 김용국은 태평양 선발 최창호의 직구를 때려 좌중간 스탠드에 꽂았다. 5회까지 탈삼진 8개로 호투하던 최창호에게는 뼈아픈 한방이었다. 이날 삼성 선발은 최동원. 계약시비로 늦게 팀에 합류한 최동원은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도 삼성은 포스트시즌 11연패 끝에 첫 승을 거뒀다.

1992년 10월 9일 빙그레 진상봉은 롯데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 9회말 2사 1·3루서 대타로 나와 홈런성 타구를 날렸다. 0-2로 뒤진 상황. 그러나 타구는 펜스 끝에 걸렸다. 홈런을 확신하고 1루서 머뭇거리던 진상봉은 2루에 가지 못했다. 그 판단으로 롯데가 승리를 지켰고, 시리즈 우승도 결정 났다. 롯데 윤형배는 빙그레 타선을 9회 원아웃까지 6안타 2실점으로 막아내는 인생 최고의 피칭을 했다.

2003년 10월 9일 KIA와 SK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SK 김민재는 포스트시즌 사상 첫 홈스틸을 성공시켰다. KIA 선발 김진우가 2루주자 이진영에게 신경을 쓰며 견제를 하려는 순간 3루주자 김민재는 홈으로 내달렸다. 2루 커버에 들어갔던 KIA 유격수 홍세완은 깜짝 놀라 견제구를 떨어트리는 바람에 홈 송구조차 제대로 못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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