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커지는 구장…‘외야수나 봐라’는 옛말

입력 2013-04-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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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면서 외야를 넓게 만들고 있어 외야수의 수비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대전구장도 올 시즌 개막에 맞춰 외야 펜스를 뒤로 밀어 좌우와 중앙 모두 홈플레이트에서 더 멀어졌다. 스포츠동아DB

■ 구장 신축·확장 열풍…외야수비 중요성 부각

한화 대전구장 확장…외야실책 잇따라
외야수 ‘수비보다 타격 우선’ 시대 끝나

광주·대구 등 새 구장 외야는 더 넓어져
김응룡 “야구의 참맛은 수비다” 긍정적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660홈런을 기록한 윌리 메이스는 역대 최고의 강타자중 한명이지만, 그의 환상적 수비는 ‘더 캐치(The Catch)’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남았다. 메이스가 샌프란시스코 중견수로 1954년 월드시리즈에 출장해 외야 가운데 담장이 147m 거리에 있던 폴로그라운드에서 보여준 수비는 야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장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메이스는 타석에서 이미 130m가 지난 곳에서 뒤로 달리며 공을 잡아냈다.

한국에는 그동안 미국에 비해 외야가 넓지 않은 야구장이 많았다. 그만큼 외야 수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지 않았다. 한국야구의 수준이 세계 정상권이라고 하지만, 규모가 더 큰 구장에서 보여주는 메이저리거들의 타구판단과 송구 능력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런 가운데 국내 구장들은 최근 들어 큰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대표적인 미니구장이었던 대구에는 대형 신축구장이 들어선다. 광주에선 내년 시즌부터 새 구장이 문을 연다. 이제 구장의 변화와 함께 외야 수비는 팀 성적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반쪽짜리 타자들

한국프로야구에도 두산 임재철 같은 전문 외야 수비수가 있다. 그러나 외야수에게는 전통적으로 수비보다 타격이 우선시돼왔다. 이미 중·고교 야구에서 외야수는 내야수가 되지 않는 왼손타자 또는 수비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맡고 있다. SK 김강민, KIA 김원섭, 은퇴한 박재홍 등 수비가 뛰어난 오른손 타자들은 고교시절 투수 또는 유격수였다.

한화는 올 시즌 매끄럽지 않은 외야 수비로 인해 많은 점수를 잃고 있다. 외야 펜스 좌우가 97→100m, 중앙이 114→122m로 확장되자 외야수들의 수비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김성한 한화 수석코치는 “외야 실책을 보면서, 저 정도면 실수가 아니라 진짜 실력이 아닌가 판단하게 된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수비가 뛰어난 강동우가 빠지면서 외야에 큰 구멍이 생겼다. 김경문 NC 감독은 “우리는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공격력에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강타자라고 해도 한 경기에 안타 2∼3개다. 그러나 외야에서 수비 하나 잘못하면 한꺼번에 2점을 내준다. 특히 분위기가 넘어간다”며 “구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가면 갈수록 외야 수비력이 중요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커지는 구장들

광주와 대구에 새 구장이 완공되고, 창원에도 새 구장이 생기면 국내프로야구에도 미니구장들이 대부분 사라진다. 대구 신축구장은 6각형 구조로 설계돼 외야가 더 넓어진다. 광주 신축구장도 외야 펜스 중앙이 122m로 문학구장(120m)보다 더 넓다. 이처럼 외야가 넓어지면 중계 플레이와 외야수의 송구 능력을 중시하고, 2루타와 3루타 등이 증가하는 등 다양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투수들은 홈런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 더 공격적인 투구를 할 수 있다. 그만큼 외야 수비의 비중은 커진다. 김응룡 한화 감독은 “홈런보다 2루타, 3루타, 그리고 이를 막아내는 수비와 연결 플레이가 더 재미있는 야구다”며 외야가 넓은 구장이 경기력과 흥행에 유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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