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거포 실종…왜?

입력 2013-09-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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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카우트 “콘택트능력 좋은 선수 대부분”
황병일코치 “나무배트 사용후 장타력 떨어져


거포들이 사라졌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이승엽(삼성)과 이대호(오릭스)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딱히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는 비단 프로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마추어에서부터 거포 기근 현상이 심각하다. 오른손 거포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프로 A구단 스카우트는 “요즘 고등학교, 대학교의 4번타자도 콘택트 능력이 좋고 발이 빠른 선수가 대부분”이라며 “예전 김동주(두산)나 박병호(넥센), 최정(SK)과 같은 고교 거포가 없다. 어린 선수들이 프로에 지명 받기 위해 홈런타자보다는 애버리지(타율)가 높고 발이 빠른 쪽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출루와 콘택트를 높이려다 보니 당겨 치는 것보다는 밀어 치는 타격에 집중하는 아마추어의 현실이 거포 기근을 낳는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투좌타를 선택하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지는 것도 거포 기근을 부추기고 있다. 두산 황병일 수석코치는 “오른손잡이인 선수들도 좌타석에 서는 걸 선호하고 있다. 좌타석에 서면 안타를 치고 1루 쪽으로 한 걸음이라도 더 빨리 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런 현상을 부추긴 것은 나무배트 사용이다. 아마추어선수들은 성장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힘이 약할 수밖에 없다. 프로선수들도 나무배트로 홈런을 많이 치지 못하는데, 아직 어린 선수들이 나무배트로 장타를 때릴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점점 스윙이 줄어들고 정교한 타격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 B구단 스카우트도 “홈런은 ‘야구의 꽃’인데 나무배트를 사용하면서 선수들의 장타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지금 포수 다음으로 거포들이 없어 (신인) 지명할 때 고민이 많이 된다. 비슷비슷한 스타일로는 프로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아마추어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인지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고 우려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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