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라고 차별하는거야?” 피해의식이 특정심판에 폭발

입력 2014-08-0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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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주심판정에 불만을 품고 퇴장당한 선수는 모두 11명. 이중 10명이 외국인선수였다. 이들은 한국행을 결정짓고 불안한 심리상태와 한국문화에 대한 이질감 때문에 필드에서 쉽게 흔들리는 경향을 보인다. 3일 문학 SK전에서 퇴장당한 NC의 외국인투수 찰리 쉬렉(가운데)이 팬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용병들은 왜 심판에게 욕을 할까?

역대 욕설퇴장 11명 중 10명이 외국인선수
성품 보단 상대적 차별에 대한 피해의식 표현
용병으로서 강해보이려는 심리도 크게 작용

2000년 이후 한국프로야구에서 주심 판정에 불만을 품고 욕설을 내뱉다 퇴장을 당한 선수는 NC 찰리까지 총 11명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중 단 1명을 제외한 10명이 외국인선수였다. 정말 외국인선수들은 판정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한국에 건너오는 외국인선수들은 유독 인성이 불량한 것일까? 외국인선수들을 상대하는 전·현직 통역들은 이 알력이 심판의 자질, 외국인의 성품을 논하기 앞서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 한국에 오는 외국인선수들의 멘털리티는 어떨까?

통역 A씨는 “한국에 오는 용병의 기본적 심리구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여기서 잘해서 돈도 많이 벌고, 일본이나 미국으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다. 또 하나는 ‘어쩌다 내가 말도, 음식도 안 통하는 이곳까지 흘러들어왔을까’ 하는 자괴감이다”라고 말한다. 두 가지 정서가 뒤범벅돼 있는데 문제는 후자의 심리가 마음을 지배할 때다. 이런 생각을 가진 외국인이 한국야구를 존중하기는 어렵다. 존중하는 마음이 없으니 삐딱하게 보이는 것이고, 그런 피해의식이 쌓이고 쌓이다 결국 필드에서 심판을 향해 폭발하는 것이다. 불리한 판정을 당하면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외국인이니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외국인들의 피해의식에 제동을 걸어줄 장치가 부족한 것도 예방을 어렵게 만든다. 오히려 먼저 온 외국인선수들은 기름을 붓는 악영향을 끼칠 때가 많다. A씨는 “외국인들이 만나면 결국 ‘나는 이런 차별을 겪었다’ 같은 이야기를 교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특정 심판에게 그들이 부당한 판정을 당했다는 ‘교집합’을 공유하면 그 심판은 의도와 무관하게 외국인들의 ‘공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 동·서양의 정서 차이가 화를 키운다

한국이나 일본 같은 동양 문화는 예의를 중시한다. 심판의 권위를 인정해야 질서가 유지된다는 공감대가 강하다. 반면 이곳에 온 외국인선수들은 몸 하나만 믿고 왔기에 어떻게든 강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이들에게는 예의 이전에 비즈니스이고 생존의 문제다.

이러다보니 항의할 때에도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라는 욕구가 강한 나머지 폭주를 해버리기 십상이다. 심판들이 영어에 익숙지 못한데도 굳이 잘 들리는 ‘F’자 들어가는 욕설이나 찰리처럼 아예 한국말 욕을 내뱉는다.

이들은 어차피 퇴장은 당한 것이니 화풀이나 실컷 하자고 더 과격해지는데 이것이 동양 정서에서는 퇴장 행위 자체보다 더 안 좋게 비치는, 무덤을 파는 짓이다. 한국 야구계와 여론은 일개 용병이 권위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가했다고 받아들인다. 묵과하면 질서가 깨진다고 보기에 더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본다. A씨는 “찰리 사태는 일시적 사고가 아니다. 한국에서 정서가 다른 외인들이 야구를 하는 한, 영원히 반복될 일”이라고 진단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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