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남기일 감독 “올시즌 상대팀 전진 못하게 몰아붙일 것”

입력 2016-02-0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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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 남기일 감독은 태국 전지훈련에 앞서 광양에서 실시한 국내강화훈련 도중 스포츠동아와 만나 “새 시즌 도전과 응전이 키워드다”며 남다른 각오를 보였다. 광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광주 남기일 감독

승격 후 경기템포 맞추는데 힘들었지만
‘재미있는 축구’ 인식 심어준 것 큰 소득
단합 강조…더 강한 광주 만들고 싶다

광주FC는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초반부를 뜨겁게 달궜다. 2014년 챌린지(2부리그)에서 뛰다 승격된 팀으로서 당면 과제로 삼은 클래식 생존을 넘어, ‘꿈의 성과’로 꼽힌 6위권 진입까지도 조심스레 바라봤다. 그러나 ‘신선한 돌풍’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얇은 전력의 한계는 뚜렷했다. 10승12무16패(승점 42)로 정규리그 10위에 그쳤다. 강등 설움을 겪은 11위 부산 아이파크(승점 26)와 꼴찌 대전 시티즌(승점 19)과 격차는 컸지만 ‘한 자릿수’ 순위 마지막을 차지한 9위 전남 드래곤즈(승점 49)와의 거리는 멀었다.

그래도 남기일(42) 감독은 “충분히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태국 전지훈련에 앞서 1차 국내 캠프가 마련된 전남 광양에서 만난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광주의 팀 컬러를 보여줬다. 어느 정도 ‘광주 축구는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도 큰 소득”이라며 밝게 웃었다.


-클래식 첫 도전을 돌이킨다면.

“정말 멋모르고 보낸 시간이었다. 어떻게 지나갔나 싶다. 우리 색채를 내려 했고, 꾸준히 팀 컬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감동적인 경기도 많았다. 우리를 어필했으니 괜찮았다.”


-클래식과 챌린지의 차이는 뭐였나.

“처음 승격했을 때, 갓 시즌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우릴 향해 ‘당연히 내려갈 팀’이란 좋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 그런데 난 자신이 있었다. 느낌이랄까. 우리가 하고 싶은 축구를 나름 해냈다. 다만 경기템포는 차이가 컸다. 기량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특히 초반 템포를 따라잡기 어려웠다. 여기에 스쿼드가 두텁지 않으면 굉장히 어렵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광주는 올 시즌 선수단을 최대 33명까지 확충하려 한다. 지난해 29명으로 버티며 힘의 부족을 여실히 체감했다. 여기에 마땅한 베테랑이 없어 남 감독의 고민이 컸다. 신인 10명을 확충한 배경이다. 다행히 검증된 공격수 정조국(32), 미드필더 김민혁(24)을 동시 영입<스포츠동아 1월 11일자 8면 단독보도>하며 한 숨 돌렸다. 광주는 윙 포워드, 외국인 공격수 등 2∼3자리를 추가 보강할 계획이다.


-어떤 축구를 하고 싶었나.

“볼 소유를 길게 갖는 팀, 수세에 몰려 역습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전진하지 못하게 몰아넣고 어렵게 만드는 축구를 하려 했다. 일단 할 수 있는 만큼은 했다. 쟁쟁한 강호들을 상대로 찬스도 꽤 만들어냈다.”


-리듬과 템포는 어떻게 찾았는지.

“시즌 초 원정 10연전이 고비였다. 이를 잘 버텨냈고 승점관리를 잘했다. 오히려 원정에서 돋보였다. 패하지 않는 경기가 많아지자 차츰 심리적 안정을 찾고, 클래식이 어떤 무대인지 대충 감을 잡았다.”


-그런데 정작 홈에선 무기력했다.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이후 8월 홈으로 왔는데, 잔디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패싱 플레이가 절실한데,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원정 팀은 그런 경험이 한 번이지만 우린 꾸준히 경기를 해야 했다.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은 이제 없어야 한다.”

남 감독이 제자들에게 꾸준히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추억이 될 축구’ ‘행복을 주는 축구’ 등이다. 자신의 현역 시절 신조였다. 환경이 척박하고, 풍성한 대우도 받지 못하지만 돈이 줄 수 없는 가치를 함께 느끼자는 의미다. 어렵더라도 계속 시도하고, 극복해 나간다면 어느 순간 내일의 도약이 지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새 시즌 전망은 어떤가.


“도전과 응전이 키워드다. 이제 우린 낯선 팀이 아니다. 상대가 우릴 알기에 승부를 걸어올 것이고, 우리 역시 물러서면 안 된다. 끝은 아주 화려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불꽃은 보여줄 수 있지 않겠나. 지난해 그저 버티는 힘이 밑거름이 됐다면 이젠 ‘하나됨’의 의미를 찾길 바란다.”


-프로 감독으로서 소망이 있다면.

“언젠가 벤치를 떠날 때 ‘남기일과 함께 해 좋은 선수가 됐다’는 선수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당장의 팀 성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개인이 발전할 용량과 두께를 늘려주고 싶다. 선수 하나하나가 발전하면 팀의 부피와 크기도 함께 커진다. 단단하고 강한 선수, 강한 팀을 육성하고 싶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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