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수당에 임기 두달 반만 보장…‘배구 국가대표 감독선임 딜레마’

입력 2016-04-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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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사진제공|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대한항공으로 전격이적
대표팀감독 전임제 아니라 대안 부재

대한항공 배구단이 15일 박기원(65·사진) 감독을 새 기장으로 영입했다. 구체적 계약금액과 계약기간조차 미처 발표하지 못했을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저의야 어찌됐든 대한항공이 남자 국가대표팀 감독이던 박 감독을 빼내온 모양새가 됐다. 프로팀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가는 사례는 봤어도 그 반대는 보기 힘든 일이다. 어쩌다 이런 역주행 인사가 빚어졌을까?


● 땅에 떨어진 한국배구 국가대표 감독의 값어치

박 감독은 17일 “솔직히 고민이 많았다. (대한항공 제의를 받고) 대한배구협회(이하 배구협회)에 가서 이야기를 해봤더니 가도록 도와주셨다. 한시름 놓고 대한항공에 갔지만 대표팀에 미안한 마음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구협회 관계자의 속내를 들어보면 복잡하다. “골치가 너무 아프다. 대표팀 감독은 2급 이상 지도자 자격증과 5년 이상 지도자 생활을 해야 하는데 일단 김세진, 최태웅 감독은 (경력이 짧아) 해당이 안 된다. 나머지 감독도 팀 사정상 어렵다.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감이 안 잡힌다. 대학팀도 리그가 진행 중이다.”

배구협회는 15일 공모를 시작했고, 22일까지 진행한다. 이 관계자는 대표팀 감독을 프로팀에 뺏기는 사태가 구조적 문제라고 한탄했다. 그는“국가대표팀 감독이 전임제가 아니라 봉급을 못 준다. 프로팀에서 제의가 오면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향후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 ‘계약기간 중 프로팀으로 이동 금지’ 조항을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배구협회가 새 감독을 찾기 힘든 더 큰 이유는 일정한 봉급(훈련기간 수당 지급)도 못 주지만 임기도 2달 반밖에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5월 시작하는 월드리그가 7월 3일 끝나고, 9월 아시아선수권을 마치면 대표팀 감독이 할 일이 딱히 없다. 이런 사정을 잘 알기에 부채의식을 느낀 박 감독은 9월까지 대표팀과 대한항공 감독을 병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대한항공이 강력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민 감독 사퇴 이후 공백이 길었고, 프리에이전트(FA)와 외국인선수 결정 등 감독이 팀을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강경한 입장 앞에 박 감독이 물러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표팀 감독을 맡을 분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왜 대한항공은 박 감독을 영입했을까?

대한항공이 부담감을 무릅쓰고 박 감독을 굳이 영입한 이유는 혼돈의 팀을 추스를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선수들 면담을 통해 원하는 감독상을 반영했는데, “소통”이 일치된 요소였다. 박 감독은 대표팀 감독 시절부터 대한항공 주력선수들과 같이 해봤기에 이 부분에서 점수를 땄다. 게다가 유럽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박 감독은 세계배구의 트렌드인 ‘스피드배구’를 대한항공에 탑재시킬 의중이 강하다.

박 감독은 “대한항공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훌륭하다. 집중력을 더 늘려서 실수를 줄이겠다. 대한항공에 특유의 색깔을 입히겠다. 남들과 똑같이 하면 못 이긴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16일 선수들과 첫 상견례를 갖고 “소통과 열정”을 강조했다. 박 감독은 “코치진 조각부터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장광균 대행의 거취는 미정으로 알려졌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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