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먼저 찾은 곳은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의 미디어 빌리지였습니다.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대회를 치를 때면 방문하는 외신기자들을 위해 별도의 숙소를 유료로 제공하는데, 리우올림픽도 마찬가지입니다. 호텔과 빌리지를 놓고 선택은 자유지만, 원활한 교통편 등을 위해 별도의 방과 화장실이 딸린 콘도(아파트) 형태의 빌리지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랄’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레자트’라는 중동 여기자가 2개의 방 가운데 하나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아주 보수적인 국가 출신의 그 분이 훨씬 경악했겠지만, 늦게 입주한 사람 역시 놀랐답니다. 너무 황당해 체크인 카운터를 찾아 물었더니, “뭘 원하느냐”는 답이 돌아오더군요. 문화적 쇼크를 받았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게 더 이상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대화는 더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소득 없이 돌아오자 레자트가 “이곳 음식이 맞지 않아 거처를 옮긴다. 하루만 지내자”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솔직히 좋았습니다. 이제 홀로 생활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불편사항은 외면하던 대회 조직위원회가 새 파트너는 금세 찾아내더군요. 5일 아침 만난 룸메이트는 또 여기자였습니다. ‘리디아’란 이름의 포르투갈 기자인데,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거실 구석에 방이 서로 붙어있어 화장실을 찾고 씻는 것조차 눈치를 많이 봅니다. 혹시나 음식 냄새에 불편할까봐, 전자렌지는 구비됐는데 무겁게 싸 들고 간 즉석식품 한 번 못 먹는 신세라니…. 더욱이 리디아와는 폐막 때까지 함께 지내야 합니다. 언제나 그랬듯 전혀 다른 환경과 문화,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까지 겹쳐 다이내믹하고 적응할 ‘거리’가 넘쳐나는 올림픽 출장입니다.
리우데자네이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