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여기는 리우] 끝까지 가슴 졸인 태권여제의 대관식

입력 2016-08-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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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는 18일(한국시간) 카리오카 아레나 3관에서 벌어진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 결승에서 티야나 보그다노비치(세르비아)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타고난 스피드와 승부욕은 김소희의 치명적 매력이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종주국 자존심 지킨 김소희

종료 직전 판정 번복될까 조마조마
극적인 리우행…더 극적인 금메달


1초가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 지루하고 숨 막히는 적막이 흘렀다. 상대가 요청했던 영상 판독의 시간은 정말 길었다. 드디어 결과가 나왔다. 그 순간, 체육관 곳곳에 내걸린 태극기들이 아름답게 물결쳤다.

김소희(22·한국가스공사)가 꽉 막혔던 대한민국 선수단의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맥을 뚫었다. 13일(한국시간)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구본찬(23·현대제철) 이후 닷새 만에 7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2014인천아시안게임(46kg급)에서 우승한 ‘태권소녀’ 김소희가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큰일을 냈다. 18일 브라질 리우의 카리오카 아레나 3관에서 벌어진 태권도 여자 49kg급 결승에서 티야나 보그다노비치(세르비아)를 7-6으로 꺾고 새로운 여제의 탄생을 알렸다.

이날 경기는 특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63) 위원장이 직접 관전해 눈길을 끌었다. 여자 49kg급 동메달 결정전이 진행 중일 때 입장한 바흐 위원장은 세계태권도연맹(WTF) 조정원(69) 총재와 함께 앉아 김소희의 결승전을 지켜본 뒤 자리를 떴다.

김소희에게는 간접 설욕전이기도 했다. 과거 2차례 대결에서 번번이 패배를 안겼던 이 체급의 최강자 우징위(중국)를 보그다노비치가 8강전에서 제압했기 때문이다. 직접 이기진 못했지만, 김소희가 우승하면 우징위를 꺾는 셈이었다.

물론 우승을 향한 과정은 멀고도 험난했다. 디에스 칸세코(페루)를 16강전에서 완파하고 8강에 올랐으나, 한국인 지도자의 체계적 교육을 받은 파니파크 옹파타나키트(태국)의 거센 도전에 휘말려 하마터면 패자부활전으로 밀려날 뻔했다. 아지에즈 야스미나(프랑스)와의 4강전을 1-0으로 간신히 통과했고, 보그다노비치와도 정말 치열하게 싸웠다.

1라운드 2-1로 앞선 뒤 2라운드에서 1점을 내주고 3점을 보태 5-2로 넉넉한 리드를 잡았다. 고비는 3라운드에 찾아왔다. 체력이 떨어지고 수세에 몰리며 경고 7장을 받아 위기에 직면했다. 종료 직전에는 상대의 공격까지 허용해 영상판독 요청의 여지를 줬다. 만약 여기서 경고를 추가로 받았다면 역전패를 당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판정 번복은 없었다. “거의 시간이 끝난 것을 보고, 수비하려다 다리가 풀려 넘어졌다. 다행히 하나님께서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셨다.”

그녀의 행운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올림픽 랭킹 6위까지 자동출전권이 주어졌는데, 9위권을 유지하다 경쟁자가 밀려나면서 극적으로 리우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물론 운이 전부는 아니다. 누구보다 강한 열망이 있었기에 이 자리까지 서게 됐다. 2011년 세계선수권 시상대 꼭대기에 섰을 때 손가락뼈가 튀어나오는 큰 부상을 입고도 도핑테스트를 의식해 진통제를 먹지 않는 투혼과 근성을 보인 악바리 중의 악바리다. 심지어 모 기업의 후원으로 리우 현장을 찾은 부모님과의 만남도 끝까지 피했다. 결국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했다. “리우에 오기 전에 금메달을 선물하겠다고 약속드렸는데, 꿈이 이뤄졌다. 너무 행복하다.”


김소희

▲생년월일=1994년 1월 29일
▲키·몸무게=165cm·50kg
▲출신교=제천동중∼서울체고
▲소속=한국가스공사
▲세계랭킹=10위
▲수상 내역=2011경주세계태권도선수권 금메달, 2013푸에블라세계태권도선수권 금메달, 2014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모스크바그랑프리 1차대회 금메달,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


남장현 스포츠1부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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