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전북현대
‘솜방망이 징계’, 예상대로…. 승점 9점 감점에 1억원 벌금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에 대한 징계가 확정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권오갑)은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제18차 상벌위원회를 열고 최근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북 스카우트 A씨와 관련한 사태를 논의했다. 프로연맹 허정무 부총재와 조남돈 상벌위원장, 조영증 심판위원장, 조긍연 경기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오세권 징계위원회 부위원장, 이중재 법무담당 변호사 등 위원 6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회의는 오전 10시 시작했고, 장시간 논의 후 오후 5시에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긴 회의시간에 비해 징계수위는 높지 않았다. 올 시즌 승점 9를 감점하고, 벌과금 1억원을 부과했다. 당장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난이 나왔다. 올 시즌 정규리그 32라운드까지 18승14무(승점 68)로 선두를 지켜온 전북은 사실상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아 논란의 여지가 크다. 징계가 즉시 효력을 발휘한 가운데 승점 59로 2위 FC서울(승점 54)과 격차만 5점으로 좁혀졌을 뿐이다. 정규리그에 이어 스플릿 라운드(팀당 5경기)로 이어지지만 전북의 상승세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전북 스카우트로 활동한 A씨는 2013년 전직 K리그 심판 2명에게 돈을 건넨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로 법정에 섰다. 마지막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지만 28일 부산지법 형사5단독 정성욱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돈을 준 것은 맞지만 축구계 선후배 관계로 ‘용돈’을 준 개념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정 판사는 “부정한 청탁은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고, 묵시적으로도 할 수 있다”며 “타 피고인들이 심판인 것을 제외하면 (A씨와) 서로 친분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경기결과가 아닌,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스포츠정신을 심각히 훼손해 프로축구의 신뢰를 떨어뜨린 것은 죄질이 매우 불량해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발표했다.
5월 처음 사태가 불거진 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진행된 이날 상벌위 징계수위는 축구계 최대 화두였다. 지난해 ‘심판 매수’ 파문으로 승점 10점 감점 및 제재금 7000만원을 부과 받은 챌린지(2부리그) 경남FC 사례가 ‘전북 게이트’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내용은 조금 다르다고 상벌위는 판단했다. 당시는 구단 대표이사가 직접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심판들에 부정한 돈을 제공한 반면, 전북은 초지일관 스카우트 개인이 돌출적으로 진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아무런 물증을 찾아내지 못한 상황에서 상벌위가 들 회초리의 범위는 한계가 있었다. ▲금품출처, 제공과정에서의 구단 지도부의 직접적 관여여부 ▲금품 액수 등 규모에서 차이가 있다고 봤다. 돈을 받은 심판이 배정된 8경기를 재분석한 결과, 이들이 특별히 전북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거나 조작하려는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도 설명했다.
취재진 브리핑에 나선 조남돈 위원장은 “징계양정을 놓고 위원들의 장시간 토론이 있었다. 현재 리그진행 상황은 고려하지 않았다. 무게의 여부는 받아들이기 나름”이라며 “(전수조사 등 목소리가 높은데) 프로연맹은 어떤 것도 감추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심판 개혁에도 집중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사건은 향후 비슷한 문제가 있다면 가감없이 처벌할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