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멀티포지션으로 세대교체를 꿈꾼다

입력 2016-10-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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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 칼텍스 이선구 감독(가운데)은 단기성적에 목매지 않고, 지속적 변화와 육성을 통해 팀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운영을 하고 있다. 동시에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킬 저력이 팀 안에 있다고 믿는다. 스포츠동아DB

GS칼텍스는 한국 여자배구의 리딩 클럽을 꿈꾼다. 서울 장충체육관이 연고지인 GS칼텍스는 2016~2017시즌부터 담대한 도전을 시작한다. 남자배구에 기대지 않는 독자적인 홈 마케팅을 기획한 것이다. 남자부 우리카드도 장충체육관을 홈으로 삼는다. 따라서 여느 여자팀들처럼 남자부와 경기 스케줄 편성을 같이 하면 마케팅, 홍보에서 소위 ‘묻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GS칼텍스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어차피 2017~2018시즌부터 남녀부 홈경기 분리개최가 확정된 상황에서 한 발 먼저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하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여자배구 생태계를 위해 GS칼텍스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인 저변확대에 적극적이다. ▲서울 V컵 ▲배구 클리닉 ▲키 크기 배구교실 개최가 그런 생각에서 나왔다. 초등학생부터 배구동호회, 어머니까지 시야에 넣고 있다.

이런 토대 위에서 명문구단으로 가기 위한 GS칼텍스의 화룡점정은 우승일 것이다. 올 시즌 GS칼텍스 전력은 변수가 많아 아주 잘할 수도, 상당히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는 것이 배구계의 평가다. 이선구 감독 체제에서 세대교체가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GS칼텍스의 멀티포지션 실험도 포지션 경쟁을 통한 선수층 확장에 있다. 장기적으로 GS칼텍스 배구에 긍정적 시선을 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주전은 없다. 옵션만 있다

GS칼텍스는 2016~2017시즌을 앞두고 센터 배유나를 도로공사로 보냈다. 프리에이전트(FA)였는데 잡지 않았다. 그 1년 전, 센터 정대영도 FA로 도로공사로 떠났다. 안정보다 변화를 택한 GS칼텍스는 센터의 공백을 멀티포지션 실험으로 돌파한다. 레프트가 가능한 한송이는 이제 센터만 전념한다. 이 감독은 “한송이가 팀을 위해 봉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험 많은 한송이가 자기 몫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 문제는 남은 센터 자리인데 정다운, 최유정, 강소휘, 표승주 등이 경합한다. 이 감독이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자원은 정다운이다. “아직 디테일에서 약하지만 시즌을 해나가면서 성장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내심을 갖고 기회를 줄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대안을 중시하는 이 감독은 강소휘와 최유정 센터 카드도 쥐고 있다. 지난해 드래프트 1순위였던 특급 유망주 강소휘와 오랜 재활을 끝낸 최유정이 정다운과 건강한 경쟁 구도를 만든다. 여기에 더해 레프트 표승주의 센터 전업도 가능하다.

레프트 자원도 전술가 이 감독의 조합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풍부한 환경이다. 주 공격수 이소영 외에 표승주와 황민경까지 갖춰졌다. 배유나의 FA 보상선수로 GS칼텍스로 이적한 황민경은 팀에 활력소로 기대를 받는다. 세터 포지션도 이나연이 주전, 정지윤이 백업으로 시즌에 돌입한다.

이 감독은 “V리그는 장기 레이스다. 부상자가 발생해도 팀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일을 미리 막아야 한다. 그래서 여러 포지션에서 준비를 해놓고 있다. 팀이 많이 바뀌고 있다. 센터는 블로킹이 되어야 그 다음 수비도 된다. 어느 선수가 블로킹 위치선정과 타이밍을 잘 맞추느냐를 살피고 있다. KOVO컵을 통해 어느 정도 계산이 섰다”고 말했다.

GS칼텍스 이선구 감독. 스포츠동아DB



● 이 감독의 꿈, “GS칼텍스에서 배구 인생의 평가를 받고 싶다”

GS칼텍스의 야심작은 외국인선수 그레이다. 지난시즌 캣벨보다 낫다는 평가다. 라이트 공격수로서 그레이의 결정력에 GS칼텍스의 시즌 운명이 달렸다. 이 감독은 “연습경기, KOVO컵을 봤을 때 정신력도 괜찮다. 단 KOVO컵 4강전에서 패했을 때, 토종선수들이 전부 못했다. 그럴 때 그레이가 팀 전체를 끌어주는 힘을 보여주기를 바랐는데 처음 경험이어서 그런지 분위기에서 같이 무너지더라. 근성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며 기대와 더불어 지적을 빠뜨리지 않았다. 단 그레이의 배구 능력은 의심하지 않는다. “기술 습득을 잘 한다. 배구 센스가 있다”고 이 감독은 호평했다.

그레이가 결정력을 보여주면 수비~연결~득점으로 가는 GS칼텍스의 배구는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다. 이 감독은 “KOVO컵을 보니까 다른 팀들의 수비가 많이 향상됐더라. GS칼텍스도 수비가 강한 끈끈한 팀을 지향한다. 기본으로 돌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과 더불어 여자프로배구에서 흔치 않은 카리스마형 지도자에 속한다. GS칼텍스 프런트의 신뢰를 기반 삼아 강한 팀 장악력을 보여주고 있다. GS칼텍스 프런트가 “우리 팀 기사는 오직 감독님을 통해 나가야 된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 감독은 GS칼텍스의 단기성적뿐 아니라 미래까지 생각하는 플랜을 만들고 있다. 이 감독은 “올 시즌을 통해 배구인생의 평가를 받아보고 싶다”고 나직하나 힘 있는 어조로 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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