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우승 선수가 조기탈락하는 한국양궁

입력 2016-10-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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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메달리스트 훈련 부족…“당연한 결과”

한국양궁은 지친 국민들에게 늘 큰 힘이 됐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태극궁사들은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을 싹쓸이했다. 그러나 어느 날 뚝딱 이뤄진 업적이 아니다. 양궁인들의 끊임없는 풀뿌리 발굴과 부단한 노력, 관리가 오늘날의 영광을 불러왔다. 내부경쟁이 몹시 치열해 태극마크 획득이 올림픽 메달 획득보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충남 일원에서 진행 중인 제97회 전국체육대회(7∼13일)에서도 이를 체감할 수 있다. 태극궁사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12일 홍성군청 잔디관장에서 펼쳐진 개인전 결승에서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앞서 이날 오전 홍성군 홍주종합경기장에서 끝난 토너먼트(16∼4강)에서 조기 탈락했기 때문이다. 올림픽 여자단체전 우승자 기보배(광주시청)와 세계랭킹 1위 최미선(광주여대)은 여자일반·대학부 16강전, 역시 올림픽 남자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우진(청주시청)과 이승윤(코오롱)은 남자일반부 16강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올림픽 개인전 정상에도 오른 구본찬(현대제철)과 장혜진(LH)은 32강(10일)에서 이름이 지워졌다. 일찌감치 팀 유니폼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은 이들이 관중 모드로 전환해 결승을 관전하는 장면은 흥미롭고도 어색했다.

그러나 현장의 양궁인들은 특별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양궁협회 김기찬 부회장은 “전국체전은 각 시도가 사활을 건 무대다. 평범한 대회가 아니다. 훈련도 엄청나다. 매년 이변이 속출한다”고 밝혔다. 리우올림픽 남자대표팀 박채순 감독(광주시청)도 “올림픽 멤버들은 훈련이 부족했다. 올림픽 기간, 또 이후의 휴식까지 거의 활을 쏘지 않았다. 결국 피나는 훈련이 결과를 내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리우의 별들이 주춤한 이날, 깜짝 스타가 탄생했다. 특히 남고부 우승자 이승호(충남 서야고)가 인상적이었다. 활을 잡은 지 고작 4년에 불과한 16세 소년은 처음 출전한 전국체전에서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국내 아마추어(대학 포함) 등록선수들은 800여 명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초등학교 3∼4학년 무렵 활시위를 당기고 철저한 관리와 단계별 연계훈련을 통해 성장한다. 중학교 1학년 때 양궁을 시작한 이승호는 아주 특별한 사례다. 양궁협회 윤병선 사무국장은 “한국양궁의 인프라가 넓진 않아도 인재들은 꾸준히 등장한다. 그만큼 당장 누가 올림픽에 나서도 이상할 게 없다. 오늘의 영예가 내일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성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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