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선린원투펀치, 이제 잠실 라이벌을 향해

입력 2017-05-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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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한국야구를 들썩였던 선린상고 원투펀치 박노준~김건우의 재현일까. 2015년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끌었던 선린인터넷고(선린상고 후신) 원투펀치 이영하(왼쪽·두산)~김대현(LG)이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1군에서 자웅을 겨룬다. 대선배들처럼 잠실 라이벌로서 서로를 상대해야한다는 운명이 얄궂으면서도 흥미롭다. 사진|스포츠동아DB·두산 베어스

1981년 선린상고에는 야구천재로 불린 두 명의 에이스가 있었다. 올드 팬들에게는 이름만으로도 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박노준과 김건우다. 아이러니하게도 선린상고 원투펀치는 각각 대학 졸업 후 OB(현 두산)와 MBC(현 LG)에 입단해 서울 라이벌로 마주한다. 고교시절 김건우에게 인기와 실력에서 한발 앞서있다고 평가를 받던 박노준은 프로에서는 타자로 뛰었다. 김건우는 1986년 데뷔 첫 해 18승6패 1.81의 빼어난 성적으로 신인왕을 차지하며 ‘친구’와 선의의 경쟁을 불태웠다.

선린인터넷고 출신 전 OB 박노준-전 LG 김건우(오른쪽). 스포츠동아DB


2015년 선린인터넷고에는 또 한번 전국무대를 호령한 원투펀치가 등장해 큰 관심을 끌었다. 우완 강속구 투수 이영하는 시속 150km의 강속구, 김대현도 묵직한 148km의 공을 던지며 고교무대를 평정했다. 제69회 황금사자기 결승전에서도 이영하와 김대현은 대구 상원고 막강타선을 압도하며 팀에 35년만에 우승컵을 안겼다.

그해 신인지명에서 우선순위권을 갖고 있던 두산은 이영하를 1차 지명했다. 이어 LG는 망설임 없이 김대현을 택했다. 고졸과 대졸신인을 더해 단 10명뿐인 1차지명 선수가 선린 인터넷고에서만 2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해 황금사자기에서 김대현은 3승으로 최우수선수, 2승을 올린 이영하는 우수선수상을 받으며 행복한 고교 3학년을 함께 보냈다.

선린인터넷고 시절 이영하-김대현(오른쪽). 사진|동아닷컴DB·동아일보DB


그리고 2년여가 흐른 2017년 5월, 이영하와 김대현은 처음으로 동시에 잠실 1·3루 쪽 두산, LG 클럽하우스의 멤버가 됐다.

2016년 입단 후 팔꿈치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1년 이상 재활에 전념한 이영하는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이날 1군에 등록했다. 김대현은 이미 지난해 1군 데뷔전을 치렀고 LG에서 올 시즌 5차례나 선발 등판하며 팀의 미래로 인정받고 있다. 이영하는 “1년이 늦었지만 프로에서 꼭 좋은 투수가 되겠다. 삼진왕도 해보고 싶다. (김)대현이가 잘 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나도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고교시절 누가 에이스 였나?’는 질문에 이영하는 환한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청소년대표팀에서도 자신이 더 에이스로 인정받았고 계약금도 더 많이 받고 입단했다는 것을 당연히 잘 알고 있지만 프로에서의 선의의 경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스무 살 투수는 잘 알고 있어 보였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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