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최주환’ 만든 조언 하나, 다짐 하나

입력 2017-05-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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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최주환. 스포츠동아DB

두산 내야수 최주환(29)을 언급할 때 늘 빠지지 않는 표현이 있다. “팀에선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2006년 프로에 입단한 뒤로 악착같은 근성을 앞세워 공수주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친 데 따른 극찬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주전을 향한 마지막 관문 앞에서 늘 좌절한 채 ‘백업’ 꼬리표를 쉽사리 떼지 못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그 사이 국군체육부대 복무까지 마쳤다. 하지만 위치는 그대로였다. 최주환은 “고등학교 때부터 주포지션은 2루였다. 그런데 우리 팀에 고영민과 오재원 등 쟁쟁한 선배들이 버티고 있어 쉽지 않았다. 마음고생 역시 심했다”고 말한 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입단 이후 방망이가 맞지 않는 시점이 오면 수비까지 되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를 일깨운 이는 선배 김재호(32)였다. 최주환은 “2015년이었다. 당시에도 이러한 단점이 얼굴 표정에 드러났었는데 (김)재호형이 직접 다가와 쓴소리를 하면서 자세를 바로잡아줬다”고 말했다.

두산 최주환. 스포츠동아DB


김재호의 조언을 되새긴 최주환은 마음을 조금 더 편하게 먹고 묵묵하게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한때 경기에서 만족할만한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스스로를 다그치는 일이 많았지만, 이젠 여유를 갖기로 했다. 최주환은 “요새 기회를 많이 얻으니 주위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많이들 물어보시더라. 그러나 큰 차이는 없다. 그저 매 경기 나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2년 전에도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 고꾸라진 일이 있었다.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정신을 재무장한 올 시즌. 최주환은 한결 가벼운 몸놀림을 앞세워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 두산 김태형 감독은 틈 날 때마다 최주환을 두고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체중을 줄이는 듯하더니 몸이 전체적으로 가벼워졌다. 덕분에 수비력이 한결 나아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에 대해 최주환은 “나도 감독님 말씀을 기사로 접했다. 지난해보다 군살이 빠져서인지 가벼운 몸놀림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며 웃었다.

22일까지 그의 성적은 37경기 타율 0.337, 19타점, 15득점. 데뷔 이후 최고 페이스임에도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제 겨우 40경기 남짓 치렀다. 지금 잠시 들떴다가 시즌이 끝나고 후회할 일은 만들고 싶지 않다. 올해만큼은 모든 레이스를 끝낸 뒤 마음 편하게 인터뷰 하고 싶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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