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의 진심, “원점에서 다시 시작”

입력 2017-05-10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상우 감독이 이끄는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는 2016∼2017 정규시즌 5위(17승19패)로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약체 이미지가 강했던 팀의 체질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감독 본인도 “선수들이 이제 승점 1점, 1승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스포츠동아 DB

인천 송림체육관 우리카드 감독실에는 야전침대가 들어와 있었다. 인터뷰에 동석한 우리카드 변우덕 과장은 “김상우 감독님(44)이 (집으로 퇴근하지 않고) 여기서 잠들 때가 있어 마련해 놓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감독에게 진정한 휴가란 있을 수 없다. 몸이 편해도 머리가 쉴 수 없는 것은 숙명이다. 특히 우리카드의 수장은 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2015년 KOVO컵 우승, 2016~2017시즌 우리카드가 써내려간 ‘장충의 봄’을 기억하지만 김 감독에게는 지나간 시간일 뿐이다. 과거의 성취를 퇴색시키지 않으려면 현재의 전력질주는 불가피하다.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 스포츠동아DB



● “최대의 소득은 선수들이 패배의 안타까움을 알게 된 것”

-시즌 끝난 후 어떻게 지냈나?


“2주 정도 휴가 줬다. 다시 1주일 훈련 후, 1주일 쉬었다. 연속해 쉬게 해준 적도 있었는데 몸 만드는데 1달 넘게 걸리더라. 감독, 코치는 선수들과 똑같이 쉴 수 없다. 가만히 누워 있어도 깊은 잠이 안 들더라. 늘 각성된 느낌이다.”


-비록 봄배구는 못했어도 2016~2017시즌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을 것 같다.

“2015~2016시즌을 (꼴찌로) 끝내고, 훈련 시작했을 때 이 팀의 비전을 제시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구슬 불운이 겹쳤음에도 5순위에서 뽑은 선수(파다르)가 잘 해줬다. 2016~2017시즌은 훨씬 많이(17승19패) 이겼지만 그래도 성에 차지 않는다. (봄배구) 목표까지 못 갔으니까. 하루아침에 될 것은 아니겠지만 복기해보면 우리가 1~2게임만 더 이겼으면 상위권에 갔을 것이다. 결국 그 차이가 우리 실력이었다.”


-그래도 패배의식을 털어내고, 승자의 문턱까지 경험했다.

“선수들이 이제 승점 1점, 1승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마지막에 확 처질 때에도 자포자기가 아니라 안타까움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팀이 변할 것이란 자신은 있었나?

“시작하기 전, 최근 몇 년 기록을 다 뽑아봤다. 최홍석, 신으뜸, 김광국의 데이터가 다 떨어지더라. ‘일단 개인기량부터 올려야 팀이 살겠구나’ 싶었다. 그 부분에 집중했는데 연습경기부터 괜찮았다. 그 과정에서 확실히 선수들이 한 단계 올라왔다.”


-외국인 트라이아웃에서 구슬이 가장 많았음에도 5번째에야 나왔다. 그런데도 동요가 없더라.

“속으론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외국인선수들이 나를 보고 있다. 내가 누군가는 뽑아야 되는데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지명하면 그 선수가 어떻게 생각할지’를 생각했다. 다행히 파다르는 트라이아웃에서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눈에 띈 선수였다.”


-파다르는 2017~2018시즌에도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나?

“끝까지 보고 판단하겠다. 트라이아웃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올 거라고 하는데 정말 많을지는 모르겠다.”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 스포츠동아DB



● “안주하지 않고, 원점에서 변화 줄 것”

-프리에이전트(FA) 선수(박상하, 최홍석, 신으뜸, 김정환, 김시훈)가 많다. 현실적으로 전력약화가 불가피할 듯한데?


“고민은 된다. 더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더 좋아질 수도 있다. 다음 시즌에는 변화를 주겠다. (전 포지션에 걸쳐) 주전 경쟁을 유도하겠다. 세터는 육성하겠다. 외부 영입도 검토한다. 팀 분위기를 바꾸겠다. 결과를 알고 들어가면 재미없지 않나?”


-(김광국의 군입대로 주전을 맡아야 할) 세터 하승우가 단기간에 완성될까?

“단기간은 어렵다. 하승우가 아무래도 토스의 질은 떨어지겠지만 경기를 운영하는 묘나 기질은 나쁘지 않다. 보완이 되면 경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FA는 다 잡을 수 있을까?

“글쎄.(웃음) 다 있으면 좋겠지만….”


-외부 FA는?

“내 마음대로 되는 영역은 아닌 것 같다. 외부 FA 선수들이 우리카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알 수 없고….”


-2016~2017시즌 장충체육관에 관중이 많이 왔다.

“분위기가 달랐다. 그 전에는 장충이 홈 코트인데도 세트스코어 0-3으로 지면, 끝나고 나올 때 그 느낌은 말로 표현이 안 된다. 이번에는 홈 승률도 괜찮았고, 무언가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 뿌듯했다.”


-한국배구가 구조적 센터 부족에 처했다. 국가대표 센터 출신인 김 감독은 어떻게 보나?

“일단 키 큰 선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나이든 선수가 계속 활약했다. 저변의 문제이고, 배구는 잘해도 키가 안 크면 한계가 있는 특수성도 있다. 이러다보니 시키는 입장에서도 배구에 리스크를 느끼는 것 같다.”


-다음 시즌 우리카드 배구는 어떻게 변하나?

“더 젊어질 것 같다. 팀의 색깔은 감독이 아니라 세터가 만드는 것이다. 세터 김광국이 군대 가면 팀 컬러가 바뀔 것이다. 무(無)에서 창조하겠다.(웃음)”


-김 감독 계약기간을 떠나서 묻겠다. 우리카드가 우승에 도전하려면 지금부터 몇 년을 준비해야 할까?

“질문이 너무 어렵다.(웃음)”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 스포츠동아DB



● 약자로서 강자들과 싸워나가는 방식

-삼성화재 출신 감독이 5명이 됐다.

“시작은 내가 먼저였다. 그 중에서 김세진(OK저축은행), 최태웅(현대캐피탈) 감독이 성적을 냈다. 또래들이 40대 중반을 지나가며 그런 시기가 올 것이라 예상은 했는데 실제 그렇게 되어서 재미는 있다. 보시는 분들도 흥미로워할 것이다.”


-새로 감독이 된 삼성화재 신진식 감독,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은 성균관대 후배이기도 하다.

“축하한다고 했고, 연락은 다 나눴다.”


-냉정하게 말해서 객관적 전력상, 김 감독이 가장 불리한 것 같다.

“언제는 내가 좋은 상황에서 했나?(웃음). (처음 감독을 맡은) LIG에서 1라운드 끝나고 김요한이 발목을 다쳤고, 이경수도 다쳤다. 그때부터 ‘운명이면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였다.”


-초보감독은 강팀을 맡아야 장수를 할 수 있다는데 그런 면에서 김 감독은 처음부터 힘들었을 거 같다.

“알아서 굴러가는 팀은 있다. 현역 때 삼성화재가 그랬던 면이 있었다. 지금 좋은 성적 거두는 팀들도 그럴 것이다. 누군가 ‘감독은 선수를 지도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하겠지만 (나는 처한 환경이 편하지 않기에) 선수 지도에 많이 투자하고, 선수들 생각에 변화를 주려 한다.”


-그래선지 김 감독을 두고, ‘엄격하다’는 평이 많다.

“인상 때문일까? 강성 이미지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


-과거 삼성화재 정신을 가장 강하게 계승한 지도자라는 얘기도 있다.

“LIG 코치 시절부터 엄격하긴 했다. 김요한, 이경수 등 스타에게 더 엄격하게 했다. 그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기본을 안 지키는 처신이 있다면, 누구든 얘기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지도자를 계속하면서 어떻게 전달하느냐는 방식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우리카드 감독 맡으며 변하려 노력했다. 처음엔 속에서 불이 났지만, 어느 순간 편해졌다. 선수가 안 따라오면 그 팀은 끝나는 것이다.”


-뜻대로 안 따라오면 미워질 때도 있지 않나?

“지도자가 노력해도 선수들이 못 알아주면 그만이다. 선수들한테 ‘알아 달라’고 애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가슴에) 안고 가는 것 같다. 실적을 통해 동의를 끌어내는 수밖에 없다.”


-이기는 팀에서 현역으로 뛰다가 지도자로서는 반대되는 팀만 맡았다.

“우리카드 맡으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다. 그러나 도전의 이유도 분명히 있었다. 그래도 너무 많이 지니까, 그때는 매일 경기 지고 버스 타면 못 견디겠더라. ‘뭐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고, 4000명 이상 되는 관중들의 눈길이 모두 나를 비난하는 기분이었다. 돌아보면 그 경험이 자극이 됐다. (계속 약팀만 맡은 덕분에) ‘어떻게 해야 좋은 팀을 만들까’를 더 많이 고민하게 된 것 같다.”


-약자로서 강자와 싸우려니 더 연구할 수밖에 없겠다.

“다른 감독님들도 공부하겠지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인천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