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버클리 닉쿤’ 신지호 “뮤지컬 ‘모비딕’ 끝나면 더 성장할 거예요”

입력 2012-03-09 09: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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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욕 강해서 ‘모비딕’ 뺏기기 싫었죠” 팝 피아니스트 신지호는 자신에게 큰 도전이었던 뮤지컬을 망설이지 않고 하게 됐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승부욕 강해서 ‘모비딕’ 뺏기기 싫었죠” 팝 피아니스트 신지호는 자신에게 큰 도전이었던 뮤지컬을 망설이지 않고 하게 됐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팝 피아니스트 신지호(25·버클리음대)는 순수하고 꿈 많은 어린왕자였다.

2010년 여름, SBS ‘스타킹’에서 2PM 닉쿤을 닮은 피아니스트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신지호는 ‘버클리 닉쿤’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그 이후 연극 ‘국화꽃 향기’ 음악 감독, 뮤지컬 배우, 콘서트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문화예술인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갔다.

그런 신지호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뮤지컬 ‘모비딕’에 도전한다. 20일 서울 두산 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첫 공연을 앞둔 그를 만났다. 연일 이어지는 강행군 연습으로 감기에 걸린 그는 “그래도 바빠서 좋다”며 웃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는 “너무 속 이야기 하는 건가?”라고 하며 순수하게 답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친구들끼리 하는 비밀이야기 같이 조용히 말하기도 했다. 신지호 역시 “친구하고 수다 떠는 기분”이라고 했다.

▶ “‘모비딕’ 통해 성장통 겪고 있어요”

뮤지컬 모비딕은 허먼 멀벨의 소설 ‘모비딕’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7명의 배우가 무대 위에서 연기, 노래는 물론 연주까지 모두 담당하는 국내 최초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다.

초연부터 고래잡이 선원 이스마엘 역을 맡았던 신지호는 이번 뮤지컬에서는 더 성숙한 이스마엘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번 ‘모비딕’은 무대가 커져서 좀 더 멋있는 무대가 완성될 것 같아요. 그리고 극도 좀 더 예술적으로 변해서 캐릭터들의 내면연기가 강해질 거예요. 이스마엘도 전지적 작가 시점이 다방면으로 보일 것 같아요.”

평소, 관객들의 공연후기나 평을 신중하게 생각하는 신지호는 이번 뮤지컬을 준비하며 부족하다고 평가받아왔던 것을 밤을 새가며 인내와 끈기로 연습하며 채웠다.

“저도 ‘모비딕’을 하면서 성장통을 겪었어요. 노래, 연기가 힘들어서 자괴감이 왔고 나쁜 소리를 들으며 뮤지컬을 해야 하는 지 고민도 했죠. 뮤지컬이 끝나면 더 성장할 거예요.”

또 이번엔 피아니스트 윤한이 더블캐스팅으로 합류된 가운데 신지호는 “처음 이스마엘이 나 말고 다른 사람도 같이 한다는 게 적응이 안됐어요. 윤한 씨가 저랑 느낌이 비슷했다면 라이벌 의식 느꼈을 수도 있는데 다행히 제가 하는 이스마엘과 느낌이 달라서 다행이에요.” 라고 했다.
팝 피아니스트 신지호.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팝 피아니스트 신지호.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피아노, 꼴 보기 싫죠…하지만 안 치면 못 살 것 같아요.”

신지호는 4살에 할머니가 사다주신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했다. 그는 TV 만화영화 ‘빨간 구두’에 나온 음악이 좋아 다시 듣고 싶은 마음에 피아노에 앉아 만화에서 들었던 그 음을 정확히 짚었고 그 때부터 피아노와의 깊은 인연을 시작됐다.

신지호는 그 때 당시를 회상하며 “제가 천재인 줄 알았다”며 “하지만 크면서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음악가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피아노가 너무 좋아 음악가가 되고 싶은 신지호는 부모의 심한 반대를 겪었다. 평범한 직장인이 되길 바라셨던 부모님은 “음악을 한다고 하면 집에 있는 피아노를 버릴거다”라는 말에 잠시 꿈을 접기도 했다.

신지호는 중3이 되던 해에 공부를 할 각오로 미국 테네시 주에 있는 더 킹스 아카데미(The King’s Academy)에서 홀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낯선 환경, 언어, 친구들…. 외로웠죠. 유일하게 기댈 곳은 피아노뿐이었어요. 종종 강단에 있는 피아노를 쳤고, 그 때 교내 오케스트라 선생님께 발탁돼서 5년간 오케스트라 리더를 했죠.”

‘음악’이 아니면 안 될것 같던 신지호는 부모님을 어렵게 설득시켜 인디애나 주립대에 입학해 ‘클래식 음악’을 배웠다. 하지만 남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보다 자신의 곡을 연주하고 싶었던 그는 다시 버클리 음대(Berklee College of Music)를 들어갔다.

“피아노 때문에 외로운 적도 많았죠. 어떤 때는 꼴 보기도 싫어요. 하지만 하루라도 안치면 못 살 것 같아요. 그리고 88개 건반개수가 모자라서 속상할 때도 있어요. 어쩌죠? 우린 애증의 관계 같아요. (웃음)”

▶ “와인·케이크 먹게 생겼다고요? 제일 좋아하는 건 소주·곱창”

SBS ‘스타킹’ 에 출연해서 88개 건반이 부서져라 치며 일명 ‘짐승 연주’를 했던 신지호는 부드럽게 생긴 외모와는 또 다른 면도 있다. 신지호는 “제가 연주할 때 얌전히 칠 것 같다고 하는데 건반이 부서져라 칠 때도 있어요.”라고 했다.

“사람들이 저보고 브런치·와인 먹게 생겼데요. 별로 안 좋아하는데…(웃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술은 소주고 음식은 곱창·닭발이에요. 음식 가릴 것 같은 애가 잘 먹는 모습 보면 사람들이 신기해해요.”

피아니스트·작곡가·뮤지컬 배우·음악 감독까지 해 본 그는 이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신지호는 ‘모비딕’을 마친 후 곧 앨범 녹음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이번 여름에는 일본에서도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나중에 나이를 많이 먹으면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주걸륜 씨처럼 영화 음악 감독을 하면서 아티스트 역으로 영화에 출연을 해보고 싶어서요. 어렸을 적부터 연기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마지막으로 그는 어떤 음악인으로 남고 싶을까.

“카페에서 제 음악이 나오면, ‘신지호 음악이다’라는 분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또 ‘신지호같은 피아니스트가 되는 게 꿈’이라는 아이들이 있을 만큼 훌륭한 음악인으로 남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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