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설의 주먹’ 유준상 부상 투혼, 얼마나 대단한지 ‘알랑가몰라?’

입력 2013-04-19 11:10:58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 ‘전설의 주먹’에서 1700만 샐러리맨의 공감대를 형성해낸 배우 유준상.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영화 ‘전설의 주먹’에서 1700만 샐러리맨의 공감대를 형성해낸 배우 유준상.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유준상(44)은 늘 열정적이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듯 하다. 뮤지컬, 드라마, 영화까지 그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가정에서는 남편과 아빠의 역할까지 충실하게 해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런 유준상에게 뜻하지 않은 시련이 찾아왔다. 영화 ‘전설의 주먹’을 촬영하던 중 큰 무릎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부상도 그의 열정을 가로막지 못했다.

유준상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 상대배우와 합을 짜던 중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처음에는 정신력으로 버텼지만 그마저 흐려져 실신도 했다. 유준상은 ‘전설의 주먹’ 제작발표회 때 “내가 이렇게 세상을 떠나는구나”라며 “정두홍 감독님께 유언 아닌 유언을 남겼다”고 말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를 만났다. 여러 번 인터뷰를 했지만 만날 때마다 열정적인 배우다. 부상을 겪었음에도 달라진 게 없었다.

“유준상의 부상 투혼이 빛을 발한 영화였던 것 같다”는 말을 먼저 건넸다. 그는 “격투 기술과 상관없이 합을 맞추다 다쳤다. 몸이 성한 상태에서 맞아도 아픈데, 아픈 상태에서 맞으니까 독기가 나오더라. 악으로 영화 촬영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유준상은 ‘전설의 주먹’에서 가정을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일하는 샐러리맨 이상훈 역을 맡았다. 그는 회사 회장의 요구로 상금 2억 원이 걸려있는 TV 파이트쇼 ‘전설 대전’에 나가게 된다. 유준상은 황정민, 윤제문과 다르게 화려한 다리 기술을 선보인다. 다리로 내려 찍는 기술이 일품이다.

처음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이 모였을 때, 액션 감독인 정두홍 감독은 난감했다. 액션 배우도 아닌 40대 아저씨들에게 격투를 시켜야 했다.

“정두홍 감독님께 나뭇잎을 발로 차는 모습을 보여드렸어요.(웃음) 공연을 하니까 스트레칭을 하잖아요. 만날 다리를 쭉쭉 찢으니까 발차기가 되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다리 기술을 사용하게 됐고 태권도 2단인 아들과 태권도장을 다니면서 발차기만 했어요. 파이터로 더 멋지게 보여야 하니까요.”
배우 유준상.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유준상.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그의 다리 기술이 관객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했다면 그의 부성애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가정을 갖고 있는 샐러리맨들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낸 것. 그 역시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이상훈의 마음에 공감했다. 기러기 아빠인 이상훈이 아들과의 통화에서 “아빠가 가장 잘 하는 일이 돈 버는 거잖아. 걱정하지마”라고 말하는 장면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슬픈 일이죠. 잘 할 수 있는 게 돈 버는 거라니…. 지금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잖아요.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어서 더 열심히 일하고 있죠. 제가 맡은 이상훈도 기러기 아빠잖아요. 아이를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악착같이 일하죠.”

유준상도 연기를 하는 동안 매일 아버지가 그리웠다. 평상시에도 보고 싶지만 이 영화를 찍으며 가장 보고픈 사람은 아버지였다.

“아버지께서 운동을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유도 4단에 양궁도 하시고 빙벽에도 올라가셨거든요. 그 모습을 다 지켜본 저로선 아버지가 전설 같은 존재죠. 늘 저에게 거대한 산 같은 분이셨어요.”

유준상은 강우석 감독의 전화 한 통을 받고 이 영화에 참여했다. “준상아, 너 ‘전설의 주먹’ 해야지?”하는 말에 “네, 감독님. 알겠습니다”하고 답한 것. 유준상이 전화 한 통에 흔쾌히 출연 결정을 한 이유는 강 감독을 향한 무한적인 신뢰가 있었기 때문.

“‘이끼’를 함께 했을 때 강 감독님과의 첫 만남이 인상적이었어요. 자장면을 먹는 장면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이 장면은 웃기는 장면이야’라고 하며 촬영에 들어갔어요. 두 번째 컷에서 ‘오케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주위 반응도 좋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감독님이 ‘내가 웃었으니까 됐어. 관객이 안 웃으면 내가 책임질게’하시는데 후광이 비치더라고요. 강 감독님께서는 배우가 연출을 완전히 의지할 수 있도록 해주시죠.”

유준상은 강 감독의 배려에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 유준상은 “보통 연출자가 보조출연자까지 챙기기 힘들다. 스태프와 배우들이 엄청 많지 않은가. 그런데 감독님은 보조출연자까지 다 챙긴다. 출연자들이 밥을 먹고 일하는지, 아프진 않은지 다 체크한다”고 말했다.

좋은 사람들과 힘들게 영화를 마친 유준상은 현재 ‘전설의 주먹’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관객들을 현장에서 만나고 있고, 열심히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다행히 영화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몸을 다쳐가며 촬영한 영화를 마쳤으니 잠시 쉬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했더니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는 “일을 즐기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힘들 수도 있다. 그런데 뮤지컬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가 모두 상호작용을 한다.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준상은 현재 뮤지컬 ‘그날들’과 SBS 드라마 ‘출생의 비밀’ 등으로 다시 달리고 있다. 유준상의 요즘 취침시각은 새벽 4시. 그래도 잠이 안 와 일기장을 정리하고 머릿속에 하루 스케줄을 정리한다. 그게 정말 재밌단다.

“공연은 연습기간에 엄청나게 훈련을 하잖아요. 그게 제 연기의 자양분이 돼요. 발성도 잘 되고 체력도 생기고요. 그리고 드라마는 유연성이나 순발력이 길러지는 것 같고요. 영화는 감정을 한꺼번에 쏟아낼 수 있는 훈련이 되는 것 같아요. 굉장히 좋은 훈련이라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아빠의 모습을 가득 담아낸 이번 영화를 아들에게 보여줄 것인지 물었다. ‘전설의 주먹’은 청소년 관람불가라 아이 혼자 볼 수 없다. 그는 “보여주고 싶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볼 수 있다면 애들이 신나게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알투비’때 비에게 얻어 맞는 모습을 본 아들이 깔깔대며 웃더라고요. 자기가 아빠를 못 때리니까요. (웃음). 이 영화 봤다면 박장대소 할텐데.”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