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립의 잡기노트 <99> 바야흐로 ‘미희의 전성시대’다. 김수현(65) 작 ‘엄마가 뿔났다’를 히트 드라마로 만든 주역이 장미희(50)다. TV광고에 뻔질나게 나온다는 사실이 극중 장미희의 호소력을 방증한다. 시청자, 즉 소비자가 소 닭보듯 하는 인물은 상업광고 모델이 될 수 없다. 장미희는 제 물을 만났다. 연기하면서 스스로도 놀랄 지 모른다. 제2의 전성기라는 상투어만으로는 모자랄 만큼 적역이다. ‘엄마가 뿔났다’는 새로 김수현 사단에 든 젊은 탤런트들의 드라마가 아니다. 오랜만에 나타난 김혜자(67)의 가출 드라마도 아니다. 이순재(73)와 전양자(66)의 로맨스 그레이 또한 아니다. 모든 등장인물을 들러리로 거느릴 정도의 내공을 장미희는 발산하고 있다. 한 프레임에서 서너가지 감정을 드러낸다. 며느리와 고상하게 대화하던 귀부인이 일순간 속물의 낯빛으로 해당 신을 마무리한다. 탄성을 자아내는 발군의 연기력이다. 드라마가 끝나면 어디 전화라도 해 장미희를 시청한 소감을 확인, 공유하는 이들이 많기도 하다. 한국 드라마에서 이 만한 캐릭터가 있었던가, 기억에 없다. 우아함과 저급함을 획획 오가는 표정 변화, 극본의 요구에 따른 과잉행동이 자로 잰 듯 적확하기만 하다. 몸매의 예각도 허물어지지 않았다. 중늙은이로 분류되는 연령대라는 사실이 무색하다. 김희선(31), 김하늘(30)류로 몰리는 명품, 정확히는 사치품 의상을 협찬받는 수준이다. 성형의 흔적도 찾아보기 어렵다. 어색하게 팽팽해진 여느 보톡스 페이스들과도 무관하다. 콧구멍이 짝짝이가 돼버린 어느 미녀 탤런트(36)는 장미희를 앞에서 반성함 직하다. 너 나 없이 젖가슴 살을 훤히 내보이는 젊은 여배우들을 지켜보며, 청춘에 그리 못 해 본 것이 포한인 듯 뒤늦게 신체노출을 감행하는 왕년의 미인들과도 장미희는 거리를 둔다. 윤미라(57), 김수미(57), 김해숙(53)처럼 익스포즈 모드로 일상생활 촬영 카메라 앞에 서지 않는다. 자택 부엌에서 식구들과 밥을 먹는 장면에서 레드카펫 룩이 웬말이냐는 얘기다. 장미희의 패션 애티튜드는 때와 장소를 가린다. 연기를 잘하는 미희라고 누구나 장미희 같은 흡입력을 지닐 수는 없다. 허구가 아닌 일상에서도 잊을만하면 구설을 초래해야 셀러브러티다. 가십과 스캔들은 스타의 장수 보약이다. 장미희는 똑똑한 인상에 매달려왔다. 초등학생 때 헤르만 헤세를 읽은 영혼마저 성숙한 배우이므로 내면 역시 알차다고 알리려 애썼다. 와중에 과유불급을 절감하기도 했다. 멀게는 고교졸업 시비부터 작금의 학력 파문에 이르기까지 지식 혹은 이지적 이미지 추구가 집착을 넘은 망령 수준이다. 학력을 보면 웃음이 나오는 연예인은 의외로 많다. 출신 학교명 자체를 숨기는 한류스타도 있다. ‘문교부 학력인정 고교’ 같은 데를 마친 경우다. 그래도 별 탈 없이 스타덤을 구가한다. 팬들은 그들의 겉을 구매할 뿐이다. 명문대 고학력자를 예체능계에서 찾지는 않는다. 학력에 얽힌 장미희의 수난사는 상당부분 자초한 것이다. 둔감한 지 맷집이 무척 센 지 장미희는 학력고집을 꺾지 않았고, 학력에 발목도 안 잡혔다. 숨은그림 찾기식 거국적 학력 확인운동이 직격탄을 쐈지만 장미희는 ‘매트릭스’ 키아누 리브스(44)처럼 피했고, 오뚜기같이 발딱 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강하고 화려해진 분위기로 대중문화판을 휘젓고 있다. 그 나이에 패션 월간의 화보 주인공 겸 메인 인터뷰이라니 경이롭다. 경국(傾國)급 루머도 훌훌 털고 일어선 그녀다.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 싶은 상황에서도 장미희는 좌절하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90년대 초반 ‘황진이’, ‘윤심덕’을 걸출하게 재현해냈다. 이 두 여자를 장미희보다 더 잘 해석한 배우는 아직 없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됐는가, 장미희의 인간승리가 좋은 보기다. 정면돌파가 성공하자 장미희는 사명과도 같은 학력에 도전했고 절정을 맛봤다. ‘교수’ 타이틀이다. 그곳에서 안주했다면 친근한 느낌은 기대난망일 수 있었다. 나 홀로 고고한 별천지에서 흘러간 스타로 잊혀지기에 딱 좋았다. 그러나 과연 장미희는 남달랐다. 뜬금없이 ‘육남매’의 명대사 ‘똑 사세요’, 길이 남을 ‘아름다운 밤이에요’로 개그맨을 먹여 살렸다. 이후부터는 양다리다. 고매와 유쾌 사이를 오가고 있다. 목돈은 코미디로 챙긴다. ‘안 부끄러운’ 주스, ‘근무시간에 주식하면 안 되는’ 시트콤형 CF가 대표적이다. 장미희는 ‘국민누나’가 될 필요충분 조건을 갖췄다. 미모나 학식 자랑은 잊고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면 된다. 자타공인 국민누나 타이틀은 그녀의 몫이다. 강호동(38)이 염불하듯 오매불망하는 장동건(36) 쯤으로는 잠재울 수 없는 슈퍼 후폭풍이 예보된다. 물론 모시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뉴시스】